2009년 12월 17일 목요일

새해...

* 회사 홍보팀에서 뭐에 쓸지도 모르는데 글 쓰란다. 내년이 호랑이띠라고. 어디 언론에 보낸다는데 나한테는 아무것도 안가르쳐준다. 무조건 사진이랑 써서 내란다. 대충 써서 내면 알아서 작문해준단다.
블로그 끊네 어쩌네 하고 있었는데 멋적게도 바로 이어 쓰다. 메모장 대신 블로그에 쓰는 건 귀찮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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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는 경인(庚寅)년이다. 태어나서 세번째 맞는 호랑이해다.
내 또래의 대한민국 남성의 평균 기대수명이 76세라 하니, 얼추 절반쯤 살았나보다. 이렇게 생각해보니 화들짝 놀라게 된다. 두 아이의 아버지이자 한 여자의 남편으로, 회사에서는 아래에서 치받히고 위에서 찍혀 눌리는 중간위치로, 그렇게 어깨에 무거운 짐을 지고 36년째를 살아간다는 건 여전히 피곤한 일이건만 별로 이룬 것도 없이 인생의 절반을 그냥 보냈나보구나 하는 생각이 설핏 들기에.

그렇게 생각하다가도 또 달리 바라보면 나름 괜찮게 살아온 것 같기도 하여 뿌듯해도 해본다. 어찌 되었건 한 사람의 사회인으로써, 또 한 가족의 구성원으로써, 그냥저냥 큰 일 만들지 않고 무난하게 살아온다는 것 자체가, 요즘처럼 험난한 세상에는 제법 자랑으로 여겨질 만 하다고도 생각하기에.

세모에는 지난 한 해를 돌이켜보며 반성하고, 새 해를 준비하며 계획하는 기간이란다. 인생의 절반을 살아온 지금 역시 지나간 반생을 돌이켜보며 반성하고, 앞으로의 여생을 준비하며 계획하는 기간이렸다. 지나간 일은 어찌할 수 없으니 앞으로의 한 해, 그리고 남은 36년여간을 새롭게 다잡으며 비록 작심삼일이 될 지언정 몇가지 결심을 해본다. 하긴, 매 해 똑같은 다짐이나 다름없으니 식상하기도 하지만, 매 해 똑같은 다짐을 할 수 있는 것도 어찌 보면 다행이라 할 수 있겠다. 부디 새 해에는 작심삼십일쯤은 되주길 바랄 뿐.

첫째, 건강하자.
간에 낀 지방 때문에 간세포가 안보여요라는 충격적인 이야기를 의사로부터 지난 건강검진 때 들었음에도 여전히 운동부족에 음주흡연 습관은 버리지 못하고 있다. 모처럼 깨끗하게 태어나 인생절반을 살아오는 동안 몸 고마운 줄도 모르고 잔뜩 험하게 굴렸구나. 앞으로 남은 절반의 인생 동안 조심조심 잘 다루어 큰 고장 없이 건강하게 지내도록 노력해야겠다.

둘째, 책을 읽자.
취미가 독서인지라, 제법 책을 많이 사고 읽는다 자부하고, 세어보니 올 한 해 200여권의 책을 사서 읽었으니 다른 이들에게 견주어 결코 적게 읽은 것은 아닐테다. 그러나 독서 취향이 편중되어 있고, 다분히 통독(通讀)으로 훑어 읽는 편이라 읽는다는 자체에 의미를 둘 뿐, 내용을 내 것으로 만드는데는 소홀했던 듯하다. 새해에는 책을 많이 읽는 것 만큼이나 많이 생각하며 읽는 것도 중요하렸다.
다만, 가뜩이나 좁은 집에 책 쌓아 둘 곳이 없으니 애서가의 조건이 넓은 집인가 하여 안타까울 뿐이다.

마지막으로, 다른 이들을 생각하자.
가까이는 가족을, 조금 떨어져 회사를, 그리고 같이 어우러 사는 공동체를 생각하며 살아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기왕에 체면치레나 마음의 위안을 위해 기부를 약간 하고 있는 마당에, 새 해에는 멀리 해외에 아동결연이라도 해볼까 생각 중이다. 마침 회사에서 모 단체와 사랑나눔에 대한 공동 캠페인도 진행하는 바, 떠밀리는 척 슬쩍 참여해보는 것도 좋겠다. 조금 멋적은 감이 있었는데 좋은 핑계 아니련지.
그리고 그러한 마음으로 사랑하는 가족들과 계속 행복하게 살 수 있으면 더 바랄 것이 무엇이겠나. 아, 연봉인상은 바래도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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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우, 닭살 으슬으슬... 완존 시골 교장선생님 수필집에서 따온 듯한 문체와 내용.. 으윽... 참고로 말하자면 저 이런 사람 절대 아닙니다. 이건 회사 홍보팀 제출용 작문임.

오랜만의 년기(年記)

* 벌써 1년이 저물어간다. 일기가 아닌 년기를 쓸 타임.

* 블로그를 끊다.
더이상 쓰지도, 읽지도 않는다. 그런 채로 몇 달이 지났다.
읽지 않기 위해 NNW를 지워버렸고, 쓰지 않기 위해 블로그에 접속하지 않는다. 필요한 소식은 결국 언젠가는 들리게 마련이고, 귀만 잘 열어두면 약간의 웹서핑 중에도 필요한 만큼은 얻을 수 있다.
그러나 블로그질에 소모되었던 시간을 더 생산적인 일에 사용했느냐 하면 그것도 아니긴 하다.

* 책을 읽다.
블로그질을 안하는 대신 유일하게 늘어난 것은 책뿐. 올 한해 동안 내 돈으로 211권의 책을 구매했고, 회사돈으로 16권을 구매, 선물이나 기타 등등 5권 정도 얻었다. 책사느라 2,307,480원 지출.
다 읽었냐고? 읽는 거야 글자만 알면 되는걸...

* 일을 하다.
먹고 살려면 일을 해야한다. 작년에 2명으로 시작했던 팀이 이제는 8명으로 늘었고, 조만간 9명 예정. 전략기획이라지만 잡무가 더 많은 듯도 하고. 1개의 서비스를 넘겨받아 시작한게 지금은 7개의 서비스를 기획/운영하고 있고, 내년에는 3개 더 오픈 예정. 대신 1개는 접을테고, 2개는 다른 팀에 넘겼으면 바라고...
이제는 내 앞에 입사한 사람보다 내 뒤에 입사한 사람이 2배쯤 되고, 승진을 했고, 연봉이 조금 늘었고, 해외출장이 좀 있었으며, 회의 중 두 번 울었다.

* 가족과 살다.
처제가 결혼했고, 처남이 결혼할 예정이며, 장인어른이 은퇴했고, 아버지는 과수원에서 소일. 이사를 했고, 큰 차로 바꿨으며, 보험이 좀 늘었고, 여전히 마이너스 통장이고, 첫째는 제법 똘똘한 듯하여 팔불출이 되어가고, 바야흐로 둘째가 태어나다. 덕분에 거미줄친 유부남 1년 연장.

* 이래저래 놀다.
카메라가 2대 더 늘었고, 렌즈는 사고팔고 정신없는 가운데 작년보다 갯수로는 2개 늘었고. 그러나 출사는 손에 꼽히고, 맘에 드는 사진은 없되, 거실벽에 채워 붙일 만큼은 가족 사진을 찍다.
당구를 열심히 쳤으나 오히려 점수를 내려야 했다. 팀원들은 으례 점심식사는 내 돈으로 당구장에서 먹는 건 줄 안다. 생일날에만 이긴다. 생일이 일년에 한번 뿐이라서 문제.
프로그래밍은 완전히 접었고, 야동보는 것이 유부남의 낙이라면 낙.

* 운동은 안하다.
몸무게는 1년전 건강검진 그대로이고, 키는 오히려 0.2cm 줄었고, 눈은 짝짝이 되어가고, 간은 초음파로 안보일 정도로 지방에 덮여있고, 고지혈증에 고콜레스테롤이라는데 별로 걱정은 안들고, 헬쓰는 여전히 가다말다 하고, 골프는 배워보려 했더니 연습장이 야반도주하고... 일주일에 세번쯤 술을 먹고 하루에 담배를 한갑쯤 피고, 금연시도했다가 5시간만에 포기.


돌아보니 올 한해 나름 공사다망한 와중에 알차게 살았음. 내년에도 부디 잘 지내길. 3번째 띠가 돌아오니 나이값도 좀 하고.

2009년 12월 2일 수요일

아직도 개통안된 아이폰

월요일 수령한 아이폰은 아직도 32G짜리 아이팟터치...

malltail.com을 통해 배송대행신청한 Vaja 케이스는 이제야 아르헨티나에서 LA로 가는 비행기를 타고 있고...

오늘 출근하면서 내 차에 달린 켄싱턴 카킷을 살펴보니 Vaja 케이스 씌운채로는 아이폰은 도킹에 무리가 있을 듯. 젠장... 터치쓸 때는 헐렁헐렁해서 가능할 것 같았는데...

여하튼 가장 큰 문제는 아직도 개통문자는 안왔다는 것. SK에서 KT로 가입처리나 이메일청구서 신청등은 다 된 것 같은데 왜 정작 개통은 안해주냐능... 오늘도 안되면 KT플라자로 가봐야 하나... (메일로 온 이메일 청구서를 보면 전화번호는 발급된 듯... 아오.. 개통문자좀 줘요!!)

2009년 12월 1일 화요일

유저스토리북

한때 함께 일했던 유노윤호정윤호군이 회사를 차리고, 유저스토리북이라는 서비스를 내놓았다.
사실 책관리하고 서로 대출해줄 수 있는 시스템은 내가 언젠가 만들어야지 했었던 서비스인데 이렇게 누군가 만들어 주었다는 것만으로도 나같이 게으른 사용자는 그저 고마울 뿐.

회원가입하고 책 등록하려고 알라딘에 들러 구매했던 도서목록을 보니, 지금까지 알라딘에서 448권을 구매했더군. 이거 다 등록하는 건 무리여서 최근 구매한 50권 정도만 등록해보았다.

소소하게 불편한 점

  • 일괄 등록은 되는데, 일괄 수정은 안된다.(어떻게 하는지 모른다. 별점 같은 건 일괄 수정하고 싶은데...)
  • 별점을 매긴 기억이 없는데, 별점이 또 제각각 들어가 있다. 뭐지?
  • 북마클릿에 오류가 있어서, 알라딘 보관함 리스트처럼 한 페이지에서 여러 책을 북마클릿으로 등록하려 하면 자꾸 이전에 검색한 내용이 표시된다.
  • 서재 분류는 따로 못만드나? 카테고리별로 관리하고 싶은데.
  • 테마에는 어떻게 참여하는지? 남이 올린 테마를 구경만 하는건가?
  • 내보내기에는 블로그는 아직 안되나?
한가지 더 바라는 점이 있다면, 기왕 알라딘 API를 쓰는데, 개인의 알라딘 TTB코드를 등록하게 해서 내 서재로부터 구매가 일어나면 수익이 생겨주면 고맙고. (광장처럼 공용인 공간에서는 유저스토리 자체 광고코드로 자체광고수익을 얻는 것도 좋을 듯.)

여하튼 깔끔한 서비스이고 더 발전할 것으로 기대됨. (그런데 이거 만들고 있다는 소식들은지가 1년쯤 된 것 같은데... 오래 걸렸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