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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3월 3일 수요일

간만에 만난 쓸만한 책 - 리팩토링 HTML

리팩토링 HTML - 10점
엘리어트 러스티 해럴드 지음, 김인교 옮김/에이콘출판
Two thumbs up!
웹개발자들이 웹을 모른다. 어제 오늘 일도 아니었지만.

이 책은 제목대로 기존 웹사이트의 HTML을 리팩토링하는 법을 알려준다. 하지만 정확히 말하자면, 개발자들의 잘못된 버릇, 오해, 틀린 개념을 리팩토링한다. 그것도 한 번에 한 단계씩, 콕콕 찝어서.

사실 리팩토링이 아니라, 올바른 클라이언트사이드 개발법에 대한 교과서라 할 수 있다. 이전에 나왔던 다른 웹표준관련 도서에 비해 개발자들의 취향에 가장 잘 맞을테다. 왜냐하면 고민할 필요없이 여기에 나오는 규칙대로 "코딩"하기만 하면 되므로. (기존 국내에 소개된 책들은 이 책에 비하자면 충분히 비실용적이자 형이상학적이라고 하겠다. 지금 와서 하는 소리지만.)

우리 회사 개발자들에게 하나씩 사주고 싶네. 물론 내 돈으로는 말고.

2009년 7월 13일 월요일

머니해킹

머니해킹 - 6점
김현 지음/새빛에듀넷(새빛인베스트먼트)
...
김현님께서 OTL잉글리시에 이어 또 한권의 책을 보내주셨다. 받자마자 주중에 일독하고, 주말에 재독.

아, 그런데 솔직하게 고백하건데, 나는 저 책을 읽으면서 언젠가는,
"XX은행의 OO금융상품은 AAA한 이유가 있어서, 만기때까지 기다리지 말고, BB개월 후에 CC상품으로 전환하면 DD%만큼의 절세효과를 볼 수 있다." 라든가,
"코스닥 EE종목들의 경우에는 FF한 관계가 있기 때문에, GG 지수가 HH한 추세인 경우 반드시 II하게 되므로 JJ시점에 들어가서 KK시점에 나오면 100% 안전하다." 라든가,
"LL사의 HTS 시스템은 타사와는 달리 MM기능이 있어서 NN거래를 할 때 이 기능을 사용하면 보다 유리한 포지션을 잡을 수 있다."
뭐, 이런 내용이 나올거라고 기대했었다. 순진하게, 제목만 보고 가진 선입견.

물론 천만의 말씀이다. 이 책은 미시경제 중 개인의 주식투자와 금융기법을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다.(금융이라는 속성상 책내용은 거시경제의 영역까지 넘나들긴 한다.) 돈버는 방법을 알려준다고 써있는 것처럼 느껴지지만, 오히려 돈버는 비결은 없다... 가 주된 주제라 하겠다. 하긴, 돈버는 비결이 있었다면 1)뭐하러 그것을 남들과 공유할 것이며, 2)고작 책한권으로 팔기에는 너무 싼 비결 아닌가.

사실, 개미 투자가(?)에게 이 책이 어느 정도 효과가 있을지는 미지수이다. 아무리 책을 읽어봐도 결론은, 돈이 돈을 번다인 듯. 워렌 버핏은 워렌 버핏이니까 가능한거고, 벤자민 그레이엄은 벤자민 그레이엄이니까 가능한 것? 나처럼 주머니돈 몇백 수준으로 굴리는데 응용하기에는 무리. 애초에 '코끼리를 찔러 죽일 바늘'조차도 없으니까. 그러고보면 저자 역시 이력자체가 기업금융시장을 기반으로 하다보니 나같은 범부와는 보는 스케일이 다른 듯도 하다.

대신, 몇가지 주제와 사례들로 알려주는 금융시장의 원리(라고는 하지만, 금융경제 전반을 다루는 것도 아니긴 하다.)가 꽤나 읽을만 하다. 왠만한 경제이론서등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구성.
그래서 개인적인 독후결과는 뭐냐... 기회비용, 레버리지와 아비트리지, 그리고 유동성 문제에 대해 개략적이나마 이해할 수 있었다는 점 정도. 앞으로 주식투자를 할 때면 매수&풋옵션매수 전략을 써봐야겠다는 개인적인 다짐?

뒷 커버에 써있는 '큰돈을 버는 방법의 정수' 따위는 찾아내지 못했지만(혹은 이미 누구나 알고 있긴 하지만 실천하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내용), 대신 '푼돈을 잃지 않는 방법의 꼼수' 정도는 충분히 배워갈만한 책이다. 하다못해 기회비용의 복리계산법만 확실하게 이해한다면 말이다.

2009년 7월 6일 월요일

교양 : 사람이 알아야 할 모든 것

교양 : 사람이 알아야 할 모든 것 - 8점
디트리히 슈바니츠 지음, 인성기 옮김/들녘(코기토)



#0. 서지정보
768쪽 / 양장본 / 2001년 출간 / 정가 : 35000원


#1. 누가 읽어야 하나?
살롱문화의 현대적 재현이나 다름없는 찌질넷의 찌질알바제현


#2. 누가 읽지 말아야 하나?
취업대비용 상식책 아님. 퀴즈프로용 예상문제집 아님.

대입논술에는 1g정도 도움될 수 있음.
"한권으로 읽는~"류의 수박겉핧기 책이 아니지만, 그렇게 읽힐 위험성 있음.


#3. 무엇을 얻을 수 있는가?
이 한권만 읽으면 "사람이 알아야 할 모든 것"을 알게 된다.... 이라면 죄다 개소리고,

이 책은 두 부분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1 부 - "지식"편은, "교양있는 신사숙녀가 되기 위해 알아둬야 할 인문학적 소양"에 대해 스윽 훑어준다. 그러니까 최소한 어디가서 교양있다는 소리를 듣기 위해서는 문학, 역사, 철학, 예술 등등등.... 에서 이정도씩은 알아둬야 한다... 라는 안내서 쯤 되겠다.
철저하게 유럽 중심, 게다가 독일을 기준으로 서술하기 때문에, 독일에서만 유효한 듣보잡들도 꽤 나온다. 감안하시고..


그러나 이 책의 가치는 백과사전적 안내서인 1부가 아니라,

2부 - "능력"에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교양"이란 도대체 무엇인가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2부는, 앞서 1부에서 주절주절 늘어놓은 (전체분량의 3/4정도되는) 인문학적 소양이라는 것이, 실제로는 살롱에서 잡담할 때에나 필요하다는 것을 냉소적이면서도 유머러스하게 역설하고 있다.
특히 "사람이 알아서는 안될 것" 챕터에 이르러서는 그 냉소가 극에 달하며, 이 두꺼운 책의 백미라고 할 수 있으니 이 한 챕터만으로도 이 책을 한번 읽어볼 만한 가치가 충분히 있다고 할 수 있다.
(솔직히 좀 헷갈리는게, 이게 냉소나 반어법이 아니라, 작가의 진지한 주장이라면 흠좀무.)


#4. 좋은 점
적당히 "교양인"으로 사는 법을 알게 해준다.
1부의 "지식"편에 나오는 지식들만 알아둬도 어디가서 똑똑한 알바색휘라는 소리를 듣게 해준다.
2부 "능력"편을 좀 더 체화하면 윤똑똑이 소리는 안들을지도 모르겠다.


#5. 나쁜 점
1부가 너무 길거나 혹은 너무 짧다. 실제로 1부가 상당히 많은 분량의 교양베이스를 깔아주지만, 아는 이들에게는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의 불충분한 다이제스트요, 모르는 이들에게는 수박 겉핧기만 되기 쉽다. 하긴, 교양이라는게 그런거지. 책 한권으로 교양을 날로 먹겠다는 심보를 가지면 안된다는 뜻.
너무 유럽 - 독일 중심으로 서술되어 있다는 것도 부담.


#6. 평점
사실 너무 두껍고 해서 별 세개 정도가 적당하겠지만, 2부의 반어법이 너무 맘에 들어 별 한개 추가. 네개 되겠다.



(옛날 블로그 이사중)

2009년 6월 16일 화요일

고객을 끌어오는 검색엔진 최적화

고객을 끌어오는 검색엔진 최적화 - 6점
쉐리 써로우 지음, 박혜선.최윤석 옮김/에이콘출판
사실, 한국시장에서 SEO라는게 무슨 의미가 있는지 살짝 회의가 드는 것이, 어차피 오버츄어나 네이버에 얼마나 돈을 지불하느냐가 유일한 전략이나 다름없기 때문에.

따라서 제목처럼 SEO를 염두에 두고 읽는다면 그닥 한국 현실에서 건질 내용은 적다고 하겠다.

그러나 SEO라는 것이 마케팅을 위한 수단처럼 인식되고 있는 편견을 깬다면, 의외로 이 책은 "Web Designer"라는 직군을 위한 좋은 교재이자, 체크리스트로 활용될 수 있겠다.

잠깐 삼천포로 빠져서, "기획자"라는 단어를 영어로 어떻게 번역해야 할까? 우리나라에서의 기획자라는 직군은 다른 나라출신들이 본다면 꽤나 정체불명의 역할을 맡고 있는 실정이라 번역이 어렵다.
대개 작은 규모의 회사에서는 기획자라는 직군에서 프로젝트의 관리와 일정등을 책임지니 Manager의 역할을 하기도 하고, 또 론칭 계획과 사업전략도 잡으니 Planner의 영역에도 속하며, 고객 응대나 웹사이트 전반에 대한 관리도 맡고 있으니 Web master라고 불리워도 된다.
그럼에도 원칙대로 하자면, 국내의 "웹기획자"들은 대부분 "Designer"라고 번역되어야 한다. 왜냐하면 이들의 가장 큰 역할은 하나의 웹사이트를 만들기 위해 필요한 모든 것들을 정의하고 설계(design)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러면 대개 "드좌이너(앙드레김선생님풍)"들과 혼동하기 마련이다. Product Design(제품설계)과 Visual Design(그래픽 디자인)은 크게 보아 사용하는 도구가 다를 뿐 같은 design의 영역에 속하는 데도 서로 하는 일이 다르다고 믿고 있는 형편이다. (하긴 art와 design의 차이를 구별못하는 드좌이너들도 많은데.)
그렇게 따지면, 개발자와도 크게 보아 사용하는 도구가 다를 뿐 같은 일을 하는 거라는 주장이 있을 수 있겠다. 그래서 나온 용어가 Information Architect. 음. 그런데 이러면 DBA나 SA들과 혼동되려나.

어쨌거나, 기획자의 잡다구레한 많은 일들 중에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웹사이트의 전면부 모든 것에 대한 설계... 라면, 분명히 이 책에서 다루는 부분에 대한 것도 기획자가 기획시 고려해야 하는 사항들이 될 것이다.
그.러.나. 실상 국내에서의 현실은, 이 책에서 다루는 부분을 책임지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현시창.

기획자는 기술에 문외한인데다(문외한일 수록 더 나은 기획자라는 이상한 분위기도 한 몫), HTML이나 스크립트나 뭐 그런 건 저기 불가촉천민인 누군가들이 해야하는 작업이라 생각하고 있고.
드좌이너는 아~트를 하시느라 종종 이 책에서 지적하는 실수를 creativity라고 착각하고 계시고(게다가 역시 드좌이너에게 HTML을 맡기면 안된다. 스스로 하드코딩할 줄 안다고 주장하는 드좌이너들이라 하더라도.)
그나마 개발자 쪽이 가장 우호적이긴 한데, 대한민국 웹개발자들의 절반은 HTML을 손대는 것이 무슨 음식물 쓰레기 치우는 것인양 얼굴을 찡그리기 때문에.

결론은 이를 전담하는 퍼블리셔가 제격이긴 한데, 대개 가장 끗발없는 포지션인 것이 현실이라, 이 책에 있는 내용을 적용시키려 해도 일단 협조부터가 어렵다능.(게다가 대개의 Waterfall방식 컨베이어벨트 시스템에서는 퍼블리셔는 프로젝트의 가장 마지막 단계에서 일하기 마련이라,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는.)

그러니, 결국 기획자(Product Designer)가 퍼블리셔(UX/UI Specialist)를 직속으로 두어 개발자와 드좌이너를 지휘하도록 하는 게 그나마 가장 이상적. 그럴려면 기획자도 이런 내용을 알아두어야 한다는게지.

그럼 무슨 내용을 다루고 있다는게냐...
결국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것은 웹사이트의 특성에 맞는 좋은 정보설계에 대한 각론들이다.
예를 들어 페이지의 타이틀 하나만 하더라도, 어떤 기술적인 특성하에, 어떤 컨텐트를 어떤 식으로 담아야 하는가... 에 대한 내용이라는 것.
이것은 단지 "검색엔진에 잘 걸리기"라는 상당히 촌스럽고 속물스러운 요구사항을 넘어서는, 좋은 웹사이트를 만들기 위한 기본기에 해당한다. (물론 우리는 대개 기본기를 무시하고 회오리불꽃슛만 찾고 있기는 하다.) 결론은 기본기에 충실하면 검색엔진 가시성같은 건 자동으로 뒤따라오는 것.

역자인 최윤석님과는 한때 같은 회사에서 일했고, 틈틈히 점심시간에 회사앞 커피숍에 노트북 들고 나가 번역작업을 하는 것을 보았던지라, 이렇게 괜찮은 책을 번역해 소개해주신 것에 매우 감사하는 바이다.

2009년 5월 28일 목요일

켈틱, 잊혀진 원형

아발론 연대기 - 전8권 세트 - 6점
장 마르칼 지음, 김정란 옮김/북스피어

유럽문화의 원형이라면 우리는 늘 조건반사처럼 그리스-로마를 떠올리게 된다. 인문주의의 시발점인 그리스-로마는 인간과 이성이라는 서양문명의 뽀대나는 근간을 이루고 있으니까.
그러나 어디 사람이 그렇게만 살던가.
그리스-로마의 광휘와 기독교의 권위에 눌려 잊혀진 문화, 그러나 그 원초적 야만성이 살아 숨쉬는 켈트의 전통은 여전히 현재에도 살아 있다. 뭐, 대부분은 그저 문화적 소비에 지나지 않긴 하지만.

사실, 이 책을 중세기사로망스라는 영문학적 접근법으로 읽기에는 곤란하다. 왜냐하면 이 책은, 말로리나 기타 후반기에 유행한, 따라서 우리이게 더 친숙한 중세 기사도 문학전통과는 선을 긋는 책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이 책은 아더왕설화군속에 들어있는 켈틱 전통에 대한 재발견에 가깝다. 따라서 궁정식 연애라든가, 기사도 정신 같은 것은 별로 없다. 작가 자신이 그러한 에피소드만 모아서 재조합했으니까.
거기에 역자인 김정란씨의 역주가 너무 프로이드적 해석에 치우친 감이 있는 바, 그런 결과로 이 책은 일단은 아더왕설화의 집대성처럼 보이긴 하지만 알고보면 켈트문화에 대한 원형분석이라 하겠다.

따라서 이 책의 독법은, 가능하다면 다른 버전으로 아더왕 이야기들을 알고 있다는 전제하에, 그 이야기들에 대한 켈트적 원형에 대한 해석서로 읽는 것이 적당할 듯. 혹은 젤라즈니라든가 톨킨, 러브크래프트 같은 켈틱 문화를 기본 정서로 깔고 있는 작가들의 작품을 읽을 때, 어떤 부분이 켈틱 원형에서 나온 것인지 비교하며 읽는 데 적당하겠다. (그렇다고는 쳐도, 해리포터 이마의 번개마크를 켈틱신화에서 근거를 찾는 역자는 좀 오버 아닌가 싶기는 하다.)


2009년 5월 18일 월요일

SCIP


컴퓨터 프로그램의 구조와 해석 - 6점
해럴드 애빌슨 외 지음, 김수정 외 옮김, 이광근 감수/인사이트
...
"새로 보는 프로그래밍 언어"와 짝으로 보면 좋을 만한 책이다.

LISP를 근간으로 하기 때문에, LISP를 아예 접해보지 못해본 사람에게는 무슨 소리인가 싶기도 하겠지만, 반대로, 이번 기회를 빌어 두 권의 책으로 LISP도 배울 겸, 프로그래밍의 원리를 심도깊게 파보겠다는 이들에게는 교과서로 매우 훌륭하다. 줄여서 SCIP로 불리우는 유명한 책이다.

아시다시피, 세상의 모든 프로그래밍 랭귀지 중에 절대반지라고 불리울 만한 언어가 있다면 LISP일 것이고, 플라톤의 이데아에 해당하는 언어가 있다면 LISP일 것이다. 물론 이건 LISP진영의 이야기이다. Fortran계열, C계열, Java계열에서는 또 다른 소리를 하겠지만.

이렇게 말하는 나 자신은 LISP에 대해 교양 수준으로 배운 것이 전부이다. 엄밀히 말하자면, 한번 배운 후 실무에서 써본 적이 단 한번도 없기 때문에 체화할 기회가 없었던 것. 사실, Ruby를 학습할 때 잠깐 회고하는데 LISP의 개념이 도움이 되긴 했다.

어쨌거나 LISP를 비롯한 함수형 언어들의 특징이라면 자기조직적이면서도 명료한 알고리즘이라 할 수 있겠다. 이러한 함수형 언어계열의 특징을 이용하여 컴퓨터 프로그래밍 원리를 설명하는 책이니 두 마리 토끼를 다 잡는데 유용.

다만, LISP자체가 그리 녹록한 언어는 아닌데다 SCIP 책도 그리 친절하게 쉽게 쓰여진 책은 아니라 진도가 매우 느리게 나간다는 게 단점이라면 단점.

Ruby를 익히기 전에 함수형 언어에 대해 더 폭넓은 이해를 하기 원한다거나, 반대로 Ruby를 익힌 후, 함수형 언어의 매력을 느껴보고자 하는 이에게 추천.

ps1. 그렇긴 한데, 아마 내가 LISP로 뭔가 직접 만들어볼 일은 앞으로 평생 없을 것 같기는 하다.
ps2. 번역서에 오타가 좀 많다고, 원서로 보기를 추천하던데, ps1.과 같은 이유로 그냥 읽고 치워버리다. 혹시 나중에라도 LISP를 할 일이 있다면 그때 다시 보겠음.

2009년 5월 13일 수요일

새로 보는 프로그래밍 언어

새로 보는 프로그래밍 언어 - 6점
마이클 스콧 지음, 민병호.김진혁 옮김/에이콘출판
...
1000페이지 넘는 책인데 절반도 못 알아먹겠다는게 솔직한 심정. 그러니까 마지막으로 PL과정을 공부한 게  10년도 넘은 데다가 그 때도 제대로 안했었으니 이해 안되는게 당연.
물론 그 사이에 기술의 발달도 엄청나긴 했지만. (나 대학 1학년때는 Fortran으로 숙제하던 시절... -_-a)
여하튼 산 지는 꽤 되었는데, 틈틈히 화장실에서만 읽느라 진도를 못뽑았다.

흔히 함수명을 잘 외워쓰는 걸 프로그래밍 잘하는 걸로 생각하는 이들이 있는데, 그런 이들이 기초부터 다시 짚어나갈 각오로 보기에 적당하다. 나는 이제 개발자는 아니지만 취미로 프로그래밍을 하려는 차에 스스로에게 뭔가 2% 부족한 듯 하여 널널하게 읽어보기로 하고 구매.

아마도 대부분의 응용프로그램/웹서비스 개발자들에게는 그닥 흥미있을 내용은 아니다. 그러나 현대 언어들의 작동기제와 그 속에 숨겨진 원리를 알아두는 것은 실력 향상을 위해 티나지는 않지만 기본이 되는 일이다. 언어 학습 책은 아니지만, 각 언어를 새로 배우기 전에 개론 삼아 읽어두면 공부가 쉬워질지도.

컴공과 혹은 전산학과 출신이 아닌 개발자들에게 부족한 기초교양학습자료로 추천.

2009년 5월 11일 월요일

서부해안연대기

세 권의 책에 대해 하나의 포스팅으로 땜방하려니 조금 무안하다.

이제는 좀 덜하긴 하지만 SF팬덤(이라 쓰고 게토라고 읽는)질을 한창 하던 때에, 누군가에게 SF교에 대해 전도질을 할 때면 남자라면 취향에 따라 듀나라든가, 필립 딕이니, 하인라인이니, 젤라즈니니 아니면 보네것이나 더글래스 애덤스까지 상대의 반응을 보며 들이밀었겠지만, 그 상대가 여성이었다면 두말없이 르귄을 권하곤 했다. 그러니까 닥치고 르귄부터.

뭐, 이제는 누군가 SF작가중에 노벨상을 탄다면 르귄... 이라는 칭호자체가 식상해진 마당에 때마침 여든을 바라보는 이 때에까지 노익장을 과시하며 내놓은 서부해안연대기 삼부작.

굳이 장르를 나누자면 에픽판타지 계열에 속하겠지만, 아서 클라크가 말했던 바를 뒤집어 말하자면, '공들인 마법은 과학과 별 다르지 않다'. 언제 젤라즈니나 르귄이 SF와 판타지로 딱 나누어 떨어지던가. 게다가 이번 삼부작은 작가 자신이 성인 대상도 아닌 청소년용 성장소설이라 못박은 차에.

일찌기 프레이저경이 분석해낸, '영웅신화의 패턴'이 대부분 판타지의 원형이자, 한국식으로는 환협지의 기본뼈대이겠지만, 르귄은 이 삼부작을 통해 그러한 영웅신화의 패턴에 대한 안티테제를 설득력있게 그려내고 있다.
화려한 사건이나 멋진 주인공 따위는 나오지 않으며, 그렇다고 테리 프리챗이나 더그 애덤스처럼 풍자적이거나 유희적이지도 않다. 어디까지나 진중하면서도 잔잔하게 이야기를 전개시키는 것이 역시 르귄답다.
판타지이다 보니 새로운 세계관이나 소위 말하는 '마법'에 해당하는 '능력'-'선물'이 등장하긴 하지만, 그런 것들이 이야기의 핵심추력은 아니다. 오히려 맥거핀에 가깝다고나 할까. 주인공들이 가지고 있는 '능력'들은 전부 잘못된 곳에 잘못된 때에 주어져 오히려 주인공들을 시련에 빠지게 하는 장치로 작동한다. 세 권 모두 해피엔딩이긴 하지만(이 정도를 해피엔딩이라고 불러야 하는지 잠깐 회의가 들긴 하지만) 세 이야기 모두 타자에 대한 승리로서의 해피엔딩이 아니라 '어른'이 되어 가는 소소하면서도 단순한, 그러면서도 무거운 삶의 실존을 묵묵하게 밟아나간다는 내용.

하긴, 르귄의 이러한 '화끈한 맛이 없는' 성장소설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어스시이야기'에서도 바닥에 깔려있던 주제였고 그녀가 내놓았던 동화들도 대부분 비슷한 주제를 다루니까. 더 나아가서는 '헤인시리즈'도 개개인이 아닌 '종족' 혹은 '문명'의 '성인으로의 성장의 고통과 실존성'을 다룬다는 점에서는 일관성있게 상통하는 주제의식이라 할 수 있겠다.


기프트 - 8점
어슐러 K. 르귄 지음, 이수현 옮김/시공사
시리즈의 시작. 잘못된 재능을 가지고 태어난 소년은 어떻게 자신의 운명의 굴레에 맞서 극복해나가는가.


보이스 - 8점
어슐러 K. 르귄 지음, 이수현 옮김/시공사
시리즈의 두번째. 억압받는 굴종에서 벗어나게 해준 건 그녀의 특별한 능력이 아니라 의지일 뿐.


파워 - 8점
어슐러 K. 르귄 지음, 이수현 옮김/시공사
시리즈의 마지막. 다른 두 권보다 좀 더 길고, 두 권의 주제가 각각 변주된 채 하나의 대위를 이루어 연주되는 종장부라 할 수 있다.

이러한 구성상, 가능하다면 기프트-보이스-파워 순으로 읽는 것을 추천. 왠지 제시-전개-재현을 따르는 소나타의 형식같다.


유일한 흠이라면 표지의 일러스트. 쓰여진 대로라면 바로 그 '정준호'인듯 하건만 왜인지 르귄의 이미지에는 안어울린다는 느낌인건지.

킬링타임으로는 조금 무겁지만 이틀정도만 곱씹을 만큼 가벼운(?) 소설을 찾는 이들에게 권한다. 뭐, 르귄을 이미 한 권이라도 읽어본 사람들에게야 더 더하고 뺄 평가는 없다.

2009년 4월 16일 목요일

찌질하게 살기


가난뱅이의 역습 - 6점
마쓰모토 하지메 지음, 김경원 옮김, 최규석 삽화/이루
...
'부자로 살면 과연 행복한 것인가'
이 질문에 우리는 남들의 눈치를 살짝 보며 '부자라고 반드시 행복한 것은 아니다.'라고 대답한다. 
그러나 우리는 언제나 좀 더 부자가 되기를 바라고 또 노력한다. 부자라고 반드시 행복한 것은 아니라면서도 우리는 부자가 되려 끝없는 경쟁속을 빠르게, 혹은 느리게 전력으로 달린다.
과연 어느 만큼의 부자가 되어야 이 질주를 멈출 수 있을까.

나는 모른다. 가끔, 지금 연봉의 두배를 받는다면 나는 거기에 멈출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그러나 만약 그 때가 되더라도 나는 아마 그 두배를 꿈꿀 것 같다.

생각해보면, 지금 내가 불행하다면 그 이유가 반드시 돈 때문만은 아닐 터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자가 되려 한다. 돈으로 불행을 팔고, 행복을 살 수 있는 것만도 아니라면서도 그래도 역시 돈을 찾는다.

까고 말하자면 이런 거다. 부자가 된다고 행복해지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가난하면서도 행복하기란 더 어렵다고 다들 직감하기 때문일 것이다.

무소유의 아름다움을 노래하고, 나누고 바치며 살자.. 뭐 이런 이야기 해봤자 씨알도 안먹히는 건, 그런 수도승같은 생활이 재미있을리 없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그러니, 만약 누군가 부자로의 치킨게임을 멈추게 하고 싶다면 가난하게 사는 것이 숭고하거나 아름답다고 에둘러 미화시키지 말고, 있는 그대로 궁상스럽고 찌질하게 살아도 무지하게 재미있다라는 것을 증명해주어야만 한다.

그리고 여기에 그 증명이 있다.

솔직히, 이 책.. 좀 유치하다. 찌질하고 궁상스럽다. 똑같은 상황을 정반대의 눈으로 보자면 막장인생쯤으로도 보인다. 
그러나 저자는 그런 삶이 재밌댄다. 재밌다고 혼자 그렇게 살아봤자 다른 사람들의 눈에는 루저의 허세쯤으로 보일 수도 있을 것. 그래서 그는 자꾸 세상에 딴지를 건다. 가난뱅이들을 모아 소동을 일으킨다. 불온한 반란이다. 잘나가는 부자들의 세상에 역습을 가한다. 

물론 그 역습이 성공할리 없다. 그러나 그게 무슨 대수랴. 저자는 프롤레타리아 혁명을 원하는 것이 아니다. 그저 가난뱅이로써 즐겁게 살고 싶을 뿐.

일부 엘리트-부르주아 진보진영의 군자연한 태도에 질린 사람들이라면, 가난뱅이로써 사는게 도대체 어떤 의미인지 한번쯤 곱씹게 만들만한 책이다. 일독을 권한다.

2009년 4월 13일 월요일

총,균,쇠 그리고 Civilization


총 균 쇠 - 8점
제레드 다이아몬드 지음, 김진준 옮김/문학사상사
...

앞에서 '라프 코스터의 재미이론'에 대한 글을 쓰다보니 불현듯 이 책에 대해 써야만 한다는 의무감이 들어서 포스팅.

퓰리쳐상에 빛난다는 '총,균,쇠'는 '어째서 민족,국가,문명간에는 우열의 차이가 존재하는가?'라는 민감한 주제를 다루고 있다. 
노예무역이라든가 대동아공영권, 홀로코스트, 그리고 현대의 식민자본주의에 이르기까지 이 주제는 첨예한 갈등을 불러일으키는 좋은 떡밥이었다.이 떡밥은 현재에도 2CH의 혐한쓰레드라든가, 혹은 대한민국의 개소문이라든가, 또는 네오나치즘이라든가 KKK단이라든가, 이주노동자포비아라든가 뭐 기타등등 여전히 유통기한이 생생하게 남아있는 상황. 

대개 이 떡밥을 잘못 물게 되면 '민족이나 국가나 문명간에 우열의 차이는 없다.'라는 식으로 반론하다가 자승자박하기 마련인데, 이 책은 그 지점에서 명확하게 포인트를 집어준다.
'우열의 차이는 있다. 그러나 그것은 단지 운이 좋아 얻게 된 환경적 요인에서 비롯될 뿐이다.'

어째서 4대 문명인가, 어째서 비옥한 초승달 지역은 현재에는 듣보잡 취급을 받는가, 왜 아메리카대륙은 반대로 유럽대륙을 점령하지 못했을까? 중국은 왜 근대에 들어오며 유럽에 뒤쳐지게 되었는가...
뭐, 이런 이야기들이 조금 두껍지만 지루하지 않게 쏙쏙 들어오는데...

이렇게 쓰면 이건 일반적인 독후감인거고...

원래 쓰려던 내용은 여기서부터.

헌데, 나는 이 책을 잡고 읽을 때에, 무릎을 치며 그래, 맞어, 그렇지... 를 외치다가도, 그런데 언젠가 어디선가  이 내용을 꼭 읽어본 것만 같은 기시감을 떨칠 수가 없었다. 심지어, 다음 페이지에 무슨 내용이 나올 것인지 조차 예언할 수 있을 정도. 처음 읽는 책임이 분명한데도 말이지...
이 위화감의 존재를 내내 불편하게 생각하고 있던 차에, 앞서 '라프 코스터의 재미이론'을 읽다가 퍼뜩 든 생각.

'Sid Meier's Civilization이잖아!!!', 유레카!

Sid Meier의 Civilization에 대한 설명은 여기.

Life game에서 영감을 얻었음이 분명한 이 게임을 해본 사람이라면, '총,균,쇠'의 모든 내용이 게임 안에 녹아 있음을 깨닫게 될 것이다.
예를 들자면, 최초 시작시에 주변에 강이 있는지, 바다가 있는지, 어떤 광물이 있는지, 어떤 자원이 있는지에 따라 전략이 달라질 수 밖에 없다. 자원의 생산과 인구의 증가, 리소스의 분배 및 투자, 그리고 다른 민족과의 상호작용, 이룩한 성과로부터의 피드백영향, 환경요소의 제어 및 강화...

설마, 제레드 다이아몬드와 시드 마이어가 서로 상의했을리는 없을 테고, 또 설마 어느 한쪽이 참조했을리도 없겠지만...

어쨌거나 결론은 이렇다. 책이든 게임이든 둘 중 하나를 경험했다면 나머지 한쪽에 대해서는 훤하게 궤뚫게 될 것이다. 정보나 지식, 가치를 전달하는 데 있어 책이든 게임이든 형식이 중요한 것은 아니라는 것. 그런 면에서 본다면, 같은 내용을 전달하기 위해 책을 썼던 제레드 다이아몬드보다, 오히려 게임으로 만들어낸 시드 마이어가 더 대단하지 않은가?

라프 코스터가 모든 게임은 에듀테인먼트라고 이야기 한 가장 확실한 실증이랄까.(뭐, 원래부터도 Civilization은 에듀테인먼트의 대표격으로 불리우고 있긴 했지만.)

ps. 혹시 Civilization 중독증으로 고생하시는 분이라면 다음 사이트를 방문해보시길.

라프 코스터의 재미이론


라프 코스터의 재미이론 - 6점
라프 코스터 지음, 안소현 옮김/디지털미디어리서치

제목을 봤을 때에는 Homo  Ludens 등을 언급하는 심리학 내지는 행동과학 혹은 인지과학류의 책처럼 느껴지지만, 실제로는 이론과학서는 아니고, 에세이에 가깝다. 통계나 과학적 추론방식 따위가 나오는 것은 아니고, 주로 저자가 현업에서 경험하고 생각했던 부분에 대한 이야기들. 그러나 엄격한 이론적 뒷받침이 없다 해서 이 책의 가치가 줄어들 것은 아닌 것이, 라프 코스터라는 이름값이 만만치 않은데다가, 그의 번뜩이는 통찰력이 책 곳곳에 잘 드러나있기 때문.

책 내용은 주로 '게임에서의 재미'에 대한 다각도의 통찰. 그렇긴 해도 반드시 게임업계만 관심가질 주제만은 아니라서, '재미란 무엇인가'라는 궁금증을 갖는 독자라면 일독을 권할 만 하다.

당연히 게임업계 종사자라면 읽어둘 필요가 있고, 그 외에, '재미'라는 요소를 찾아 해메는 모든 이들에게 권장. 예를 들어 사용자의 몰입을 밑천으로 하는 SNS 서비스 기획자라든가, 하다못해 회사 야유회의 오락부장이 된다면 필요할 내용.

다만 나에게는 요즘 하는 일이 재미와는 담쌓고 있는 일인지라, 읽을만은 했는데 당장 써먹을만한 포인트는 못찾았음. 그래서 별은 세개만.

ps. 책의 좌측페이지는 텍스트, 우측페이지는 일러스트. 그런데 일러스트 쪽만 보는 것이 창발적인 인사이트를 얻는 데는 더 도움될 듯.

2009년 3월 31일 화요일

선택의 심리학

선택의 심리학 - 6점
배리 슈워츠 지음, 형선호 옮김/웅진지식하우스(웅진닷컴)


사람을 불행한 바보로 만드는 가장 쉬운 방법은, 그에게 충분히 많은 선택지를 주는 것이다. 그가 그 선택지에서 나름 고민하고 나름 최선의 선택을 하려 할수록 그는 선택의 절대적 가치와는 무관하게, 후회할 선택을 했다고 생각하며 후회하고는 불행해질 것이다.

...

기획자에게의 인스퍼레이션 : 사용자의 자유도를 높여줄 수록 사용자의 불만은 커진다. 
개발자에게의 인스퍼레이션 : 많은 고민을 하면 할 수록 결과물에 대해 후회하게 된다.
마케터에게의 인스퍼레이션 : 더 많은 옵션제공은 구매시기를 더 늦추게 할 뿐이다.
경영자에게의 인스퍼레이션 : 사람들은 이익은 확정짓고, 손실은 유예하기를 원한다. 시장은 그 사이에 있다.
...




2009년 3월 17일 화요일

Guilty Pleasure

나이는 어느새 불혹을 바라보고 있고, 가장이자 두 아이의 아빠이며, 건실한 사회인이고(싶고), 나름 곤조있다는 소리까지 듣는데다 쿨게이의 이미지까지 쓰고 괜시리 잘난 척, 똑똑한 척, 쿨한 척 그러고 사는 주제에...

게다가 올해안에 읽어야 하고 사야할 책이 100권 정도 리스트가 쌓여있는 주제에...




이런 건 관심조차 가져도 안되지요.

...
기동전사 건담 일년전쟁사 -상 - 4점
이미지프레임 편집부 엮음/이미지프레임(길찾기)

기동전사 건담 일년전쟁사 -하 - 4점
이미지프레임 편집부 엮음/이미지프레임(길찾기)

설령 사더라도 이렇게 내세울만한 물건은 아니지요.
그러나 어떡합니까, 손이 맘대로 움직이는 걸. 어느새 정신차리고 보니 결재완료. 눈뜨고 보니 배송완료.

네, 네. 사실 오덕 맞습니다. 맞고요...

일단 책에 대한 평 자체는...

1) 메인스트림이 아닌 변방지대에 사는 죄로, 이 정도 퀄러티를 소장가치라는 미명하에 구매해야 한다는 약자의 비애감.
2) 고작 권당 160 페이지인데 굳이 둘로 분책하고 각권 25000원씩이나 받아먹는 파렴치함.
3)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건덕후를 제외하고는 전혀 관심없을 이야기.

그래서 결론은,


잘 샀습니다. (응?)

그런데 집에 서재에 꽂아놔도 되는걸까? 조금 마눌님 눈치 보임.

2009년 2월 9일 월요일

좋은 리뷰 - 시크릿

원본:   http://www.amazon.com/review/R2X2TB3S4O5I60/ref=cm_cr_rdp_perm
번역판: http://euphemia.egloos.com/1869423
Via : http://jof4002.net/?%C1%D6%C0%FD%C1%D6%C0%FD#1234157629



세상에는, 학교다닐 때 도덕교과서만 충실히 읽었어도 충분한 것을, 꼭 베스트셀러라는 말에 현혹되어 때가 한참 지나서야 새삼스레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있다. 심지어 그 책을 인생의 지침서 따위로 놓는 경우들이 있는데, 대개의 경우, 그런 사람들은 초등학교때 도덕점수나 사회점수가 형편없었다는 것을 대놓고 광고하는 것이니 무지하게 쪽팔릴 일이건만 어찌 된 일인지 그런 책을 읽는 다는 것을 자랑으로 생각하는 경우도 꽤 된다. 하긴, 그정도 수준이니까 도덕점수나 사회점수가 형편없었겠지.
예를 들어 가장 불필요한 책 1순위로 꼽히는 "성공하는 사람의 7가지 습관" 같은 것.

내가 처음 "시크릿"이라는 책을 접했을 때 진지하게 이 책을 인생의 불필요한 책 랭킹 3위인가 2위인가, 어디에 놓아야 할까로 한참을 고민해야 했었다. (뭐, 현재까지는 불필요한 책 2위는 "블루오션"이 굳건히 지키고 있다.) 그래서 리뷰따위 죽어도 쓸 일 없다고 생각했었던 게 솔직한 심정.

그러나 아마존의 저 리뷰를 보는 순간, 뒷골을 강타했으니...
옛 선현의 말이 하나 틀린 것 없다. 세상의 나쁜 책이 어디 있으랴. 다 자기의 쓰임새가 있는 법.

양장본 234쪽이나 되는 두께는 찌게 받침으로 차고도 넘친다. 화장실에 놔두고 휴지 대용으로 급할 때 사용해도 좋겠다. 늘 머리맡에 두고 벽돌대신 방범용 무기로 써도 되겠다. 사이즈도 쥐기 딱 적당하다.
물론, 이 책을 읽고 싶다면 기드온 성경을 다 읽고 나서 읽을 게 없다고 느낄 때에나 가능하겠다. 어차피 이 책 역시 인생충고를 빙자한 사이비종교서적이니까. (기드온 성경이 그렇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시크릿 - 2점
론다 번 지음, 김우열 옮김/살림Biz


ps. 어째서 알라딘 TTB에는 별점 0개는 없는 것일까?

2008년 11월 26일 수요일

OTL English - 똑게를 위한 영어공부법

OTL English - 8점
김현 지음/파워북


솔직히 까놓고 말해, 누가 공짜로 무언가 주고서는 블로그에 글 한마디 써달라고 한다면 안좋게 써줄만큼 뻔뻔한 사람이 어디 있으랴. 게다가 때마침 영어 열공중이었던 차에 영어책을 받는 기막힌 타이밍!
그래서, 김현님으로부터 이 책을 받았을 때, 굳이 홍보해달라는 소리따위는 한마디도 없었건만 이미 흔쾌히 후하게 리뷰를 써주리라 맘먹고 있던 차였다.

아뿔싸, 그런데 좀 거시기하다. 리뷰는 얼마든지 후하게 써줄 수 있겠는데, 막상 리뷰를 후하게 쓴 들, 이 책의 매상에는 별 도움은 안될 것 같아서. 아니, 좀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어찌어찌 책은 많이 팔리어도, 정작 책의 내용이 사람들에게 잘 활용될까 의문이 될까 하는 기우.

그도 그럴 것이, 이 책의 일차 타게팅이 너무 한정적이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말해 "똑똑하면서 게으른 사람을 위한 영어 공부법"이 이 책의 전부인데,

1) 똑똑하면서
우리나라에서는 똑똑하다는 소리를 들으려면 영어는 기본적으로 좀 해야 한다. 토익이면 토익, 회화면 회화. 애초에 동어반복이나 다름없는 정의. 이건 마치, '화가를 위한 색채학'이라든가, '스프린터를 위한 단거리출발법'같은 이야기가 아닌가. 물론 색채학을 모르는 화가가 있을 수 있고, 스타트가 서투른 스프린터가 있을 수 있는 것처럼, 똑똑하면서도 영어를 못하는 사람이 있기는 있겠다.

2) 게으른
게으르다함이 늦잠꾸러기라는 뜻은 아니고, 여기에서 게으름이란, 똑똑하면서 게으른 - 즉 요령좋은 사람을 가리키는데. 어찌어찌 영어를 안하고 있던 똑똑한 사람이 요령까지 좋다면, 어차피 언젠가는 영어와 마주칠 일이 생기기 마련이다. 유학을 간다든가, 해외지사파견을 간다든가, 아니면 그저 여행일 수도 있고, 혹은 국내에서라도 영어문서를 접해야 한다든가... 대개 요령좋은 사람들은 학교에서든 회사에서든 요령좋게 지내다보니 늦건 빠르건 그런 기회와 맞닥뜨리게 된다. 또 대개 요령좋은 사람들은 그런 기회를 만나면 또 요령껏 스스로 그런 기회에 대응할 방법을 찾아내기 마련이다.

3) 결국 타겟은...
똑똑하면서 게으른 사람 중에 아직 영어를 작심하고 잡아보지 못한 사람 정도가 이 책으로 효과를 볼 수 있는 직접적인 타겟이 되는 셈이니 이 얼마나 좁은 타게팅이란 말인가.


아니, 그럼, 똑똑하면서 부지런하거나, 멍청하면서 부지런하거나, 멍청하면서 게으른 사람은 이 책의 혜택을 볼 수 없다는 말인가...

문득 학교다닐 때가 생각이 난다.
학교다닐 때 보면, 진짜 1등 하는 놈은, 2,3등 하는 놈보다 별로 공부를 열심히 하는 것 같이 보이지 않는다. 그럼에도 시험보면 언제나 1등. 비결을 물어보면 하나 같이 "국영수 중심으로 예습 복습 철저"... 는 아니고, 대개 "교과서만 착실히 보면 돼. 교과서를 펼쳐보면 뭐가 시험에 나올지 대충 보이거든." 이란다.
농담이 아니라, 진짜로 이들에게는 그게 시험공부 잘하는 비결. 그런데 이 비결을 알려준다 해서 다른 아이들이 그만큼 공부를 잘할 수 있게 되겠는가... 하면 그건 또 다른 이야기.

이 책을 보면 '영어'를 잘 할 수 있는 비결이 있긴 있는데, 사실상 머리가 굳어버린 나이에 이 책의 '비결'대로 해서 '영어'를 잘 할 수 있는 사람은 '똑게' 정도뿐. 나머지 사람들은 따라하기가 두려운(과연, 이런 정도만으로 영어를 잘 할 수 있단 말인가...) 상승무공인 셈. 그러니까, '남근거세혹독연마' 규화보전급이랄까.

그렇다면, 이 책은 그냥 그렇게 묻혀질만한 책인가 하면...
바로 이 부분에 맹점이 있으니,
사실 이 책은 '영어'를 공부하는 법에 대한 책이라기 보단, 영어를 '공부하는 법'에 대한 책이라야 옳을 것이다. 그러니, 실제로 이 책으로 '영어'에 대한 즉효를 보는 것은 세상에 얼마 안되는 '똑게'들에게나 맡겨 두되, 다른 이들은 바로 그 '똑게'가 되는 법을 이 책을 통해 배워가시라. 어차피 영어 따위야 수단에 불과한 것이고, 그렇게 '은하계에서 가장 두꺼운 Vocabulary'를 끼고 있는 '멍부'라면 영어 한 단어, 토익 한 문제 더 푸는 것보다 '똑게'가 되는 게 훨씬 더 책값하는 일일테니.

이 책을 일독하는 데 고작 40분 걸렸다. 260여 페이지의 '영어공부책'을 40분만에 떼다니 워낙 내가 속독을 한다지만 너무 한게 아닌가 싶긴 한데. 그만큼 책의 글 자체가 재미있어서 술술 익히기도 하거니와, 고백하건데 사실 세 문단 이상의 영어지문은 안 읽고 건너뛰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아니, 영어공부책이라면서 영어지문은 왜 안읽고 건너뛰었냐고 한다면, 글쎄. 아마도 이 책의 저자도 이 책의 독법으로 영어지문에 나오는 단어 하나하나에 매달리기 보다는 나의 독서법을 칭찬하리라 감히 자신해본다. 어찌 자신하냐고? 왜냐하면 그게 똑게들의 공부비결이거든.
물론, 당연한 이야기이겠지만 영어'도' 공부하실 분이라면 시간날 때 건너 뛴 지문들을 차근히 읽어보는 것은 무방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