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4월 19일 월요일

알라딘 아이폰 앱 유감

기대가 크면 실망이 크다지만, 이건 실망이라기 보다는 허탈에 가까운 앱이라 하겠다.

알라딘 앱 기획자가 누구인지 모르겠으나 진짜로 물어보고 싶다. 어떤 소비자를 대상으로 하냐고.

"음, 우아하게 스타벅스에서 한잔 마시면서, 혹은 버스타고 집에 가는 도중에 왠지 심심해져서 아이폰을 꺼내들고 알라딘 앱을 띄운 다음 베스트셀러나 신간특선이나 추천도서나 특가도서나 대충 훑어보다가, 어, 웬지 이거 끌리네, 하고 장바구니에 담은 다음, 결제를 한다..."

세상에, 누가 그렇게 책을 사나? 얼핏 책이 충동구매 같아 보여도, 책이야 말로 사람들이 가장 심사숙고(?)하는 상품이다.

(아이폰에 알라딘 앱을 설치할 만큼 도서구매에 관심있다면) 책을 구매하는 사람들은 대개 다음 패턴 중의 하나로 책을 구매한다.

1) 이미 사야 하는 책을 알고 있다. - 업무용이든, 교재든, 누군가의 추천이든, 정확하게 무엇을 사야한다라는 것을 알고 있는 경우들. 이런 경우 필요한 기능은, 해당 책에 얼마나 정확하고 빠르게 도달시켜주느냐가 중요하다.

2) 비슷한 책을 찾는다. - 좁게는 카테고리에서, 넓게는 다른 사람의 선택이나 관련있는 책 목록까지. 무언가에 대한 책이 필요는 한데, 정확하게 알지는 못한 상태에서는 검색으로부터 시작하여 관련 책들을 찾아나가는 탐색경로 및 평가지표가 필요하다. 알라딘은 특히 이 부분에 대해 웹서비스가 아주 강한 장점을 보이는데, 앱에서는 전혀 그러한 장점을 살리지 못했다.

3) 이미 경험했던 작가나 시리즈, 장르를 찾는다. - 1),2)가 목적성이 강하다면, 유희나 취미의 단계에서의 책의 구매는 이러한 패턴을 보인다. 따라서 해당 작가의 신간이라든가, 혹은 비슷한 취향의 다른 사람들의 데이터라든가 하는 정보가 가장 중요하다.

4) 개인화가 중요하다. - 알라딘 앱을 자발적으로 설치할만큼의 열성적인 독자/구매자라면 베스트셀러라고 해서 무조건 구매하지도 않고, 사은품을 많이 준다고 구매하지 않는다.(사려고 하는 책에 사은품이 들어있으면 고마울뿐.) 남들이 무엇을 보건 간에, 나에게 그 책이 어느 정도의 가치를 가지느냐가 책 구매에 중요한 지표가 된다. 1Q84가 아무리 많이 팔리건, 하루키를 싫어하는 사람이라면 쳐다보지 않을 것이며, 한편 하루키 팬이라면 1Q84가 베스트셀러가 아니라 하더라도 구매할 것이다. 물론 베스트셀러라 하여 혹하는 독자들도 있겠으나, 그런 정도의 독자가 과연 알라딘 앱을 설치할 것인가?
기존 알라딘 웹에서는 보관함 및 마이서재가 그 역할을 담당했고, 지금은 사라졌지만(?) 마이알라딘도 톡톡한 역할을 했었는데 흠....



사실 실제로 카드번호 입력하는 결제 단계는 도서구매자에게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결제를 결심하게끔 만드는 게 중요한 것이지. (뭐, 지금 정도의 불편함이라면 아무리 결심을 해도 때려치우겠다만.)

알라딘 앱의 목표는 책을 많이 팔려는 것인가? 아니면 회원들을 알라딘에 lock-in 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는가? 전자라면... 글쎄. 일단 이정도 수준의 인터페이스로 그 고단한 구매과정을 구매자에게 요구한다면 책을 많이 팔기는 커녕 알라딘에 대한 혐오감만 불러일으키지 않을까?
후자라면 처음부터 방향이 틀렸다...


일단, 구매가 거의 불가능할 정도로 어렵다. 뭐하러 앱을 만들었는지 모르겠는데, 실제 결제과정은 그냥 PC용 웹페이지를 가져다 붙였다. 눈알빠지는 줄 알았다. 게다가,유용하게 사용했던 각종 정렬기능들도 사용할 수 없고, 평가나 리뷰 등도 한 눈에 안들어온다. 그냥 묻지마 구매하라는 뜻인가? 쿠폰할인은 사용법을 추측하는 데에만 10분 걸렸다. ThanksTo 적립도 안되고 적립금사용도 복잡하며 웹과의 장바구니 연동도 안된다. 결제 안되는 카드가 수두룩 한데다, 제휴카드마저도 제한이 걸려있다다. 편의점배송도 안된다. 이런 XXX!!!!
욕이 나올만도 한게, 알라딘에 나름 충성을 바쳐온 소비자로써(플래티늄회원인데 말이지...) 그동안 누려왔던 알라딘의 모든 장점을 단 한가지도!!!!!!!! 이용할 수 없다. 아니, 그런 불이익을 감수하면서까지 앱으로 꼭 결제를 해야할 만큼의 필요성은... 글쎄다. 그정도로 급하다면 차라리 버스에서 내려서 PC방비 1000원 지불하는 쪽이 적립금이라도 더 많이 쌓을 수 있겠다.


그냥 모바일 웹페이지나 잘 만들어 제공하는 쪽이 더 낫지 싶다. 진심으로.



그럼 현재 같은 모습이 아니라면, 인터넷 서점에는 어떤 앱이 필요할까?
Mobile이니까, Wireless니까, iPhone이니까 가능한 무언가를 찾아야 하지 않을까?
아래의 기능을 꼭 하나의 앱에서 구현할 필요는 없을테다. 가볍고 유용하고 재미만 있다면 알라딘 앱 시리즈를 여러개 까는 걸 불평할 사람은 없을테니.

1) meat-world에서의 검색/탐색
일단, 기껏 아이폰용 앱인데도 불구하고 타이핑이나 클릭으로 뭔가를 조작하려는 생각은 버려주시길.
올라웍스의 스캔서치인가 하는 앱을 보니, 표지만으로 책 검색이 되더구만. 그게 아니라면 에그몬 같은 앱은 바코드 촬영으로 책 검색이 된다. 문자 검색을 아예 배제할 수는 없겠지만, 모바일환경에서의 아이폰이라면 그에 맞게 오프라인의 책을 그대로 검색할 수 있어야겠다. (표지검색이든, 바코드 스캔이든, 타이틀 스캔이든... 기왕 촬영해서 스캔이 가능하다면 작가 이름이나 출판사 이름도 스캔 가능할 테고...)

이게 되면 다음과 같은 시나리오도 가능하다는 말씀.
"옆자리 동료가 읽고 있는 책이 좋다길래 슬쩍 들고와서 사진한방 찍어주고 돌려주면 그 책이 검색이 된다"

이 시나리오가 어떻게 확장되는지 다음의 유스케이스를 가정해보자.
"약속시간이 남아 교보문고에서 얼렁뚱땅 시간을 때우고 책을 구경하다가, 맘에 드는 책 발견! 아이폰을 꺼내 사진 한방 찍으면 알라딘에서 구매시 교보보다 얼마나 싼지 계산해주고 자동으로 내 보관함에 담기게 된다."

아예 캐치프레이즈로 만들어도 되겠다. "아이쇼핑은 교보에서, 구매는 알라딘에서."
쪼그만 iPhone 화면, 타이핑 요구하면 피곤하다.

2) 내 서재를 아이폰으로.
책을 많이 사는 사람들은 늘, 자기가 가지고 있는 책을 DB화 하고 싶은 욕구에 한번씩은 빠지게 된다. 스스로도 대견해보이니까.
그러나 대부분 조금 시도해보고 포기한다. 왜? 무지하게 손이 많이 가고, 귀찮기 때문에.
책장에서 책 꺼내서 사진 한방씩 찍어주면 자동으로 마이서재에 차곡차곡 담겨준다면 마이서재 활성화 및 마이리뷰 작성에 크게 도움되지 않을까?
더불어, 내가 책을 올해 얼마나 샀고, 얼마나 읽었고 또 목표를 세워서 얼마를 읽어야 하고... 등등의 독서일기 내지는 독서 계획관리등의 기능이 추가된다면 항상 몸에 지니고 다니는 아이폰의 특성상 개인의 독서도우미 역할을 톡톡히 할 수 있겠다. 책을 많이 읽으면, 많이 사게 되기 마련이니... 책을 많이 팔고 싶으면 독자가 책을 많이 읽도록 먼저 만들자.
아, 생각난 김에, 책을 다른 사람에게 빌려줬다든가 하는 기록도 남길 수 있다면 금상첨화. 이거 독서가나 장서가들에게는 언제나 풀리지 않는 골치거리였으니까.

3) 포토리뷰/밑줄긋기/리뷰남기기
네.네. 간단한 겁니다. 그냥 아이폰에서 포토리뷰 쉽게 작성하도록만 해줘도 되는 것. OCR 기능을 탑재해서 아예 책읽다가 책 페이지를 찍은 후에 문자인식 후, 필요한 부분만 긁어서 밑줄긋기라든가, 북마크(브라우저 북마크 말고)할 수만 있어도 좋겠다.
조금 나아가면, 버스안에서든 어디든,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덮은 후에, 그 감회가 잊혀지기 전에 리뷰를 작성한다든가. (장담하건데, 버스 내리면 그 때의 그 기분은 어느새 까먹게 된다니까.)
"마지막 책장을 덮고 나서, 책 뒷면의 바코드를 아이폰으로 찍은 후, 리뷰작성 버튼 누르고 한 줄 소감을 남긴다..." 음... 내가 생각해도 너무 자연스럽네.

4) 지역정보/Social Network
이 책을 산 사람들은 어디에 살고 있을까. 혹은 이 근처에 있는 사람들이 많이 사본 책은 무엇일까. 같은 것.
혹은,
"우리 동네 나와 같은 나이 또래에 미혼인 여성 중에 코맥 맥카시를 좋아하는 여자가.... 어라, 바로 옆 커피숍에 지금 있네..."
네. 알라딘제공 사랑의 짝대기 서비스도 농담은 아닐 수도...
취향, 그것도 책에 관한 취향은 개인의 성향과 아주 밀접한 것. 그러니까, 르 귄을 좋아하는 독자치고 나쁜 사람은 없다던가...
반대로 "아, 저 분은 겉은 멀쩡해보이는데 알고보니 양판소 매니아... 웁스." 같은 것도 가능하다는.

또는, 어차피 알라딘이 설마 중고판매 수수료를 엄청난 수익원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면, "이 책을 중고로 파는 사람들 중 가장 가까운 사람은 어디에??" 같은 서비스도 제공할 수 있겠지. 어차피 중고거래시의 문제는 애스크로처럼 복잡한 방법으로 해결하는 것보다는, 그냥 대면해서 그자리에서 거래해 버리면 그만이니까. 뭐, 알라딘이 중고판매 수수료로 한몫 벌 생각이라면 좀 어렵겠지만 설마 그럴라고. 품절이나 절판된 책을 찾는 독자들에 대한 lock-in 효과를 노렸던 것 아니었나?

5) 다 떠나서...
iPhone이나 iPad용 전자책 솔루션이나 만들어주시길. 얼마든지 구매해줄테니.


ps. 이 중 일부는 하신다고 하시더라... 하시거든, 다시 마주합시다. 아이폰에서는.

댓글 3개:

  1. 님의 글에서 여러가지 배웁니다. 세상 정말 좋아져 가는군요.

    답글삭제
  2. 와, 잘보고 갑니다. 좋은 글이네요.

    맺힌걸 일목요연하게 정리 잘하신듯..

    답글삭제
  3. 하하, 정말 잘 읽었습니다 / 무슨 책을 살지 이미 알고 있다 / 정말 동감이네요. 적극적인 도서 구매자들은 절대 저렇게 책을 사지 않죠. 저도 알라딘 열혈 팬으로써... 이 앱은 실망이네요!

    답글삭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