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정시간동안 새로운 액션이 없으면 사용자를 강제로 로그아웃하게 하는 기능이 있는 경우가 있다.
보안상, 웹페이지를 열어둔 채로 장시간 자리를 비우지 말라는 서비스 기획자의 고마운 배려.
과연 그럴까?
"외근 중 급한 용무로 PC방에 들려서 업무를 보던 중, 갑작스럽게 찾아온 아랫배의 싸늘한 신호... PC를 내팽개쳐둔 채 부랴부랴 터질 것 같은 배를 끌어앉고 간신히 화장실을 찾아 세이프, 30분간 폭발하는 설사와의 악전고투 동안, 내 옆자리에 앉았던 산업스파이가 내 자리에 앉아 회사기밀을 훔쳐보다..."
요정도가 조금 과장되긴 했어도 기획자가 상상한 시나리오.
그러나 실제 업무에 이러한 경우가 존재할 리 없다. 우선, 이런 습관의 사용자라면 구멍이 이것 하나일리 없기 때문에 전반적인 보안의식부터 고치는 것이 우선.
그 다음, 브라우저 창을 닫는 것은, 일반 어플리케이션을 종료하는 것보다 훨씬 간단하다. 일반 어플리케이션이야 경우에 따라 작업문서를 저장하라는 둥 이런 저런 잔소리를 하며 종료되지 않고 버티는 경우가 있긴 하다. 아마 모두들 '컴퓨터 끄기'를 하고는 안심하고 자리를 떴다가 돌아와보니 저런 메시지를 띄운 채 컴퓨터가 그대로 있던 경험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웹브라우저는 닫으면 닫긴다. (브라우저가 '죽어서' 안닫기는 경우는 예외) 즉, 필요하다면 언제든지 '기밀'을 '보호'할 수 있다. 오히려 필요한 것은 다운로드한 파일들이라든가, 캐시에 저장된 내용들에 대한 보호일 테다. 물론 이런 것은 타임아웃으로는 어차피 해결되지 않는 문제이다.
또다른 문제점은, 의도와는 달리 이러한 기능은 사용자의 자연스러운 업무흐름을 방해한다는 것이다. 자리를 비우지 않고 단지 '다른 작업'과 같이 하는 것만으로도 이 타임아웃기능은 치명적인 업무방해를 일으킨다.
예를 들어 우리 회사의 사내 게시판은 일정시간 이후에 자동로그아웃된다. 그 결과는 보안성의 강화가 아니라, 몇십분동안 공들여 작성한 사내 공지물의 날아감이다.
내가 쓰고 있는 텍스트큐브 역시 일정시간 이후 자동으로 로그아웃된다. 왜 로그아웃을 시키는지 모르겠다. 그러나 한가지 확실한 건, 내가 글을 쓰기 위해 여러 창을 띄워놓고 자료를 모으고 조사하다 보면 어느새 타임아웃에 걸려 있다는 점이다. 아마도 내가 너무 창을 오래 띄워놓는 것이 이유이긴 하겠다.
물론, 이런 사용자를 위해 '임시저장' 기능이 있으니 그나마 텍스트큐브는 양반이겠다. 가끔 임시저장 버튼이 저 혼자 활성화되었다, 비활성화되었다 하는데 나는 그 이유를 아직도 모르겠다. 그저 안전하게 글을 완료할 때까지는 스톱와치를 놓고서 글 작성중 알람이 울릴 때마다 비공개상태로 저장해두는 것이 더 좋은 습관이라는 것을 구글 텍스트큐브팀이 가르쳐주는 친절함인지도.
트윈캠프라는 서비스를 매우 편리하게 사용하고 있는데, 주지하다시피, 팀관리어플리케이션이란 종류는 문자그대로 '배경화면'처럼 늘 화면에 띄워두는 편이 좋다. 그래야 업무도중 수시로 확인해보며 팀관리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트윈캠프 창을 열어 둔 채 다른 업무를 보다보면 어느새 트윈캠프가 정해놓은 타임아웃 시간을 훌쩍 넘기기 일쑤. 그러면 다시 부랴부랴 새로 로그인을 해야한다. 아, 재로그인에 소요되는 나의 업무시간 로스와 집중도 방해는 트윈캠프가 보상해주는가.
내 생각에, 타임아웃은 보안을 위해서가 아니라, 계속적으로 자동으로 서버와의 통신이 수행되어야 하는 종류의 웹어플리케이션에서 서버의 부하를 줄이기 위한 케이스를 제외하고는 타임아웃을 통한 로그아웃은 아무런 가치가 없다. 사용자를 생각하는 척 하는 기획자와 개발자의 집단자위행위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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