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2월 17일 목요일

오랜만의 년기(年記)

* 벌써 1년이 저물어간다. 일기가 아닌 년기를 쓸 타임.

* 블로그를 끊다.
더이상 쓰지도, 읽지도 않는다. 그런 채로 몇 달이 지났다.
읽지 않기 위해 NNW를 지워버렸고, 쓰지 않기 위해 블로그에 접속하지 않는다. 필요한 소식은 결국 언젠가는 들리게 마련이고, 귀만 잘 열어두면 약간의 웹서핑 중에도 필요한 만큼은 얻을 수 있다.
그러나 블로그질에 소모되었던 시간을 더 생산적인 일에 사용했느냐 하면 그것도 아니긴 하다.

* 책을 읽다.
블로그질을 안하는 대신 유일하게 늘어난 것은 책뿐. 올 한해 동안 내 돈으로 211권의 책을 구매했고, 회사돈으로 16권을 구매, 선물이나 기타 등등 5권 정도 얻었다. 책사느라 2,307,480원 지출.
다 읽었냐고? 읽는 거야 글자만 알면 되는걸...

* 일을 하다.
먹고 살려면 일을 해야한다. 작년에 2명으로 시작했던 팀이 이제는 8명으로 늘었고, 조만간 9명 예정. 전략기획이라지만 잡무가 더 많은 듯도 하고. 1개의 서비스를 넘겨받아 시작한게 지금은 7개의 서비스를 기획/운영하고 있고, 내년에는 3개 더 오픈 예정. 대신 1개는 접을테고, 2개는 다른 팀에 넘겼으면 바라고...
이제는 내 앞에 입사한 사람보다 내 뒤에 입사한 사람이 2배쯤 되고, 승진을 했고, 연봉이 조금 늘었고, 해외출장이 좀 있었으며, 회의 중 두 번 울었다.

* 가족과 살다.
처제가 결혼했고, 처남이 결혼할 예정이며, 장인어른이 은퇴했고, 아버지는 과수원에서 소일. 이사를 했고, 큰 차로 바꿨으며, 보험이 좀 늘었고, 여전히 마이너스 통장이고, 첫째는 제법 똘똘한 듯하여 팔불출이 되어가고, 바야흐로 둘째가 태어나다. 덕분에 거미줄친 유부남 1년 연장.

* 이래저래 놀다.
카메라가 2대 더 늘었고, 렌즈는 사고팔고 정신없는 가운데 작년보다 갯수로는 2개 늘었고. 그러나 출사는 손에 꼽히고, 맘에 드는 사진은 없되, 거실벽에 채워 붙일 만큼은 가족 사진을 찍다.
당구를 열심히 쳤으나 오히려 점수를 내려야 했다. 팀원들은 으례 점심식사는 내 돈으로 당구장에서 먹는 건 줄 안다. 생일날에만 이긴다. 생일이 일년에 한번 뿐이라서 문제.
프로그래밍은 완전히 접었고, 야동보는 것이 유부남의 낙이라면 낙.

* 운동은 안하다.
몸무게는 1년전 건강검진 그대로이고, 키는 오히려 0.2cm 줄었고, 눈은 짝짝이 되어가고, 간은 초음파로 안보일 정도로 지방에 덮여있고, 고지혈증에 고콜레스테롤이라는데 별로 걱정은 안들고, 헬쓰는 여전히 가다말다 하고, 골프는 배워보려 했더니 연습장이 야반도주하고... 일주일에 세번쯤 술을 먹고 하루에 담배를 한갑쯤 피고, 금연시도했다가 5시간만에 포기.


돌아보니 올 한해 나름 공사다망한 와중에 알차게 살았음. 내년에도 부디 잘 지내길. 3번째 띠가 돌아오니 나이값도 좀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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