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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제자가 사부에게 물었다.
"여기 결코 트랙백을 사용하지도 않는, RSS를 이용하지도 않는, 심지어 포스팅조차 하지 않는 블로거가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를 아는 사람들은 모두 그를 세상에서 최고의 블로거중 하나로 여깁니다. 이 까닭은 무엇입니까?"
사부는 대답했다.
"그 블로거는 도를 깨달았느니라. 그는 트랙백을 사용할 필요를 초월했느니라. 그는 다른 이와 그와의 관계는 이미 공고해져있고 우주의 조화를 받아들이지. 그는 RSS를 이용할 필요를 초월했느니라. 그는 더이상 다른 이의 블로그를 보는 것을 신경쓰지 않느니라. 그는 포스팅을 할 필요를 초월했느니라. 그에게 모든 블로그는 그 자체만으로 완벽하고, 평온하고, 우아하며 그 결과는 자명하니라. 진실로 그는 도의 신비에 들어섰구나."from Tao of Blog
요즘은 매사가 심드렁해서만은 아니고, 여하튼 메타블로그라든가, 블로그 가치평가 시스템논란에 대해서는 강건너 불구경하듯이 무심하게 지켜보는 중이다.
애당초 블로그라는 것에 대해 객관적인 가치척도가 존재하기란 어렵지 않나라는 생각도 있거니와, 그게 가능하다 할지언정 정작 그렇게 객관적으로 측정된 가치가 나와 무슨 관계가 있나라는 근원적인 물음때문.
매년 시행되는 무슨무슨 어워드라든가, 무슨무슨 Top 100 리스트를 보고 있노라면, 그런데 그게 나와 뭔 상관... 이라는 생각뿐.
예를 들어 내가 관심가지는 분야가 헐리우드최신영화라고 하자. 그런 상황에서 다른 분야의 블로그 순위따위는 관심밖인데다가, 무슨무슨 리스트라고 해서 꼽힌 영화전문블로그를 보자면, 절반은 나의 취향이나 관심과는 상관없는 주제(베트남 인디 영화를 다루는??)이거나, 혹은 별로 논조가 맘에 안든다든가, 혹은 개인이 맘에 안든다든가 해서 나에게는 별 무가치한 블로그이기 쉽고, 나머지 절반은 내가 이미 알고 있는 블로그일 가능성이 높고. 그러다보니 나로서는 그 무슨무슨 어워드니, 무슨무슨 탑블로거니 이런 딱지들에 대해 무관심해질 수 밖에 없다. 그게 붙어 있다 해서 해당 블로그에 대해 신뢰도가 높아진다거나 하는 것도 아니고, 또 그런게 안붙어 있는 블로그라 해도 내가 즐겨 본다는 점에 어떠한 편견을 주는 것도 아니다. 그러니 무심해질 수 밖에.
결국 그 블로그가 나에게 어떤 가치를 주느냐의 문제로 귀결되지, 그 블로그가 세간에 어떤 평가를 받고 있느냐는 관심이외의 일이 되다보니 애초에 그런 객관적인(?) 평가(?)라는 것에 회의적인 입장.
개인적으로는 그러한 입장이건데, 세상사람들이 모두 나와 같지는 않은 관계로 블로그의 가치평가나 서열매기기 등의 존재당위성에 대해서는 아예 의심조차 하지 않는바, 그렇다면 (너무나 당연해서 이야기에서 일부러 빼버리는) 개인의 명예욕 이외에 무엇이 그런 객관적인(?) 평가(?)가 필요할 거라는 인식의 원동력이 되는 것일까?
어떤 블로그의 영향력이나 가치를 평가해야만 한다고 생각하는 당위적 인식의 기저에는 여러 이유가 있을 수 있겠지만, 내 생각에는 근본적으로 돈의 문제라는 생각이 든다. (명예욕을 제외한다면.)
일차적으로는 실제로 그러한 '객관적 가치 측정'이 있어야만 블로그와 그를 기반하여 파생되는 여러부가가치산업들에 대한 비용을 계산할 수 있을 테니까. 이는 단지 블로그마케팅에 국한되는 일만은 아닐테다. 어떤이는 자신의 블로그를 유무형의 마켓플레이스로 사용할 수도 있을테고, 또 어떤이는 블로그를 통해 구인이나 구직을 하려 할테고... 어떤 사업체는 리뷰를 빙자한 광고를 집행하고 싶을테고, 또 어떤 사업체는 또다른 사업체와의 제휴의 시발점으로 삼고 싶을 수도 있고... 어떤 메타블로그는 그런 가치를 기반으로 제휴사업을 중계하고 싶을테고, 또 어떤 메타블로그는 그런 가치평가를 미끼로 참여 블로거들의 모수를 늘리려고 할 테고...
뭐, 그렇게 따지면 결국은 돈... 이라는. (지구상의 에너지의 근원이 태양... 이라는 말과 비슷한 듯.)
굳이 '돈'이라는, 속물적으로 보일까봐인지 모두들 애써 모른 척하는 가치를 굳이 제외하고 나면 남은 건 이른바 인식의 확장, 타인과의 교류 정도일텐데, 위에서 말했듯이 그런 가치평가의 결과물은 그닥 내 인식을 확장시켜주거나 교류를 늘려주는데 도움이 되지는 않는 듯하다.
그러니 나로서는 갑남을녀 장삼이사의 투표질이든 집단지성이든 뭐든... 을 통한 객관적(?)인 가치따위야 애초부터 아웃오브안중.
이는 블로그에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라서,
내가 만약 주말에 볼 영화를 골라야 한다면 네이버영화별점에 의지하느니 차라리 정성일의 20자 평을 믿을 것이며,
내가 읽을 책을 골라야 한다면 교보문고 주간베스트셀러보다는 Read&Lead에 언급된 책을 고르는 쪽이 훨씬 가치있는 독서경험이 될 가능성이 높다.
흠, 이게 정성일이나 Read&Lead가 엘리트라서 그들의 선택을 신뢰한다는 뜻이 아니라, 적어도 나는 그들의 취향을 파악하고 있고, 그 취향이 그나마 나의 것과 비슷하다는 점에서 그들에게 나의 선택을 위임한 정도.
비슷한 의미에서 민노씨가 링크걸어주는 블로그들은 적어도 한번 방문해볼 가치가 있다는 뜻이기도 하며, 조프위키에 올라온 링크들은 최소한 소소한 재미는 어느정도 보장해준다는 뜻. 기회비용으로 본다면 메타블로그를 뒤지고 있는 것보다는 훨씬 경제적인 활동인 셈이다.
왜냐하면, 나는 정성일이나, Read&Lead나 민노씨나 조프위키 등에 대해 경험해 보았고, 최소한 그들에 대한 내 자신의 주관적인 가치평가를 마친 상태이며, 그 결과 그들의 언급,추천,소개등에 대해 최소한의 기대치를 설정할 수 있고, 역시 경험상 그러한 기대치에 대한 충족이 확률적으로 어느 정도 이상 보장되기 때문이다. 결코 민노씨나 조프위키가 어떤 훌륭하고 멋들어진 시스템에 따라 객관적인 가치(무슨무슨 어워드 수상같은, 혹은 몇백만원의 가치를 가졌다거나)를 얻었기 때문이 아니라는 점.
반대로 객관적인 가치(!)를 획득한 블로그의 경우에는, 객관적이어야 하기 때문에, 나자신의 주관적 가치에서는 멀어질 수 밖에 없다. 심하게 말하자면 모든 이의 추천을 먹은 블로그야 말로 점점 평이한 소재를 다루며 점점 평균적인 취향이 될 수 밖에 없으니 점점 재미없어진다.
이렇게 전적으로 모든 것은 내 기준에 달려있다는 유아론적인 주관을 피력하면 대략 그 반대 입장도 생각안할 수 없는 바.
어찌되었건, 대중에게 유의미하고 가치있는 무언가를 측정하는게 무의미한 일은 아니지 않겠느냐... 뭐, 나한테는 상관을지언정.
(이 영화, 아마도 재미있을 거야. 물론 나는 안볼거지만.)
(이 책, 너한테는 도움이 될거야. 물론 나한테는 쓰레기지만.)
뭐, 그런 관계로, 나한테 무의미한 것에 이렇게 주절주절 늘어놓을 말이 많은 걸보니, 나 역시 쿨게이인 척, 관심없는 척 해도 아무래도 그런 명예욕에서 무관한 도인은 아닌가보다. 하긴, 원래 모든 건 그런 욕망을 바탕으로 돌아가기 마련.
ps. 가치라고 남들이 말하니 나 역시 가치라고 했으나 결국은 인기도와 유명도 아니던가. 그러나 맛집이 유명하다고 해서 반드시 맛을 보장해주는 것도 아니고, 시청률이 높다 해서 막장드라마가 아닌 것도 아니니 과연 그런 것을 '가치'-'value'라고 표현한다면 결국은 'money'의 문제가 아닌가 싶다.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답글삭제개인적으로 메타블로그가 현재의 등수 매기기 시스템보다는 '좀 더 많은 블로그의 포스트들을 좀 더 많은 이용자에게 노출시키는' 시스템이었으면 하는데...아무래도 쉽지많은 않겠지요?
이바닥님 펜으로서 제 이름이 호의적으로 인용되어 있으니 그야말로 기분이 좋네요.:D 그래서 며칠 전에 읽고 지금 다시 찬찬히 읽습니다. ㅎㅎ 이바닥님 이 글을 읽고 짧은 블로그 단평이랄까, 좋은 글 추천이랄까... 이런 걸 좀더 자주해야겠다는 생각도 들더고만요.
답글삭제아, 그건 그렇고... '블로그의 도'는 다시 전문을 올리실 생각은 없으신가요? 현재 이 글에 대한 온전한 퍼머링크가 있는지도 궁금하고요... 아마 없지 않을까 싶어서...
@민노씨 - 2009/03/16 20:33
답글삭제지금까지 운영하던 블로그의 글들은 모두 백업해서 가지고 있고... 조금씩 올리고 있습니다. 아마도 언젠가는 블로그의 도 개정판도 올라오지 않을지?
오, 그야말로 기대만빵이네요. : )
답글삭제어서 써주시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