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3월 18일 수요일

직장인으로서의 윤리학

예를 들어 다음과 같은 상황이 있다고 하자.

나는 광고회사에 다니고 있고, 회사에서 중요한 실무책임자로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XX는 사회의 악으로 안티XX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개인적 소신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바로 그 XX가 이번 회사의 가장 중요한 클라이언트가 되는 계약을 체결하게 되었다. XX의 빈곤가정돕기 캠페인의 주관업체로 우리 회사가 선정되게 된 것이다.
문제는, 해당 업무의 중요성과 특수성 때문에 회사에서는 나를 총책임자로 하길 원하고 있으며, 같은 이유로 다른 누군가로 대체하기도 곤란한 상황이다. 즉, 내가 참여하지 않으면 이 사업은 실패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럴 때 나의 선택은?



1) 비록 개인적으로는 안티 XX라 하더라도, 이 사업자체는 공익성이 우선하므로 내 소신을 잠시 접어두고 이 사업에 적극 참여한다. 그러나 안티XX로서의 일관성은 지키고 있다고 자위한다.

2) 비록 공익성이 큰 사업이지만 크게 보아 XX의 악행을 미화시키려는 술수이므로 이에 넘어가서는 안된다.
2-1) 개인적인 소신을 회사에 알리고 이 사업에서 빠진다. 그 결과 회사가 망하거나 혹은 내가 잘리는 것을 감수하고라도.
2-2) 개인적인 소신은 감추고, 이 사업에서 빠진다. 핑계를 교묘히 대서 회사가 망할 지언정 내 책임은 아닌 쪽으로 만든다.

3) 마키아벨리적 천재성을 발휘하여, 사업에 참가하여 회사의 이익은 지키되, 교묘히 XX의 캠페인이 실패하도록 획책한다. 이 과정에서 나와 회사의 혐의를 발견할 수 없도록 한다.

4) 직장인으로서의 나와 집에서의 나는 전혀 다른 페르소나이다. 집에서야 얼마든지 안티XX를 하고 회사에서는 회사의 이익을 위해 XX의 똥꼬도 성심성의껏 빨아 줄 수 있다. 이건 내적갈등이 될 꺼리가 아니다.

5) 이 기회에 안티XX를 관둔다.


솔직히 내 주관적인 입장은 3번이고는 싶으나 현실적으로 불가능하여 4번에 가까움.



작가나 프리랜서 처럼 혼자 일하는 스타일이라면 얼마든지 일과 개인적 소신을 일치시켜가며 일할 수 있겠지만, 직장인으로서는 그러한 부분이 매우 힘들 수 있다. 이러한 딜레마에 직장인은 어떻게 대처해야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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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 윤리학이라는 표현을 썼지만, 기실 '양심'에 대한 문제이다. 아마도 많은 이들이 공개적으로 1번을 선택할 것이고, 또는 남몰래 5번을 선택할 것이다. 말빨이 좋은 사람은  4번을 선택할 것이고, 어쩌면 쿨게이들은 3번을 선택할지도.
그러나 2-1번을 선택하는 이는 용자 인정.
XX에는 정부를 넣거나, 삼성을 넣거나, 조선일보를 넣거나 해도 되며, 이 상황 자체를 양병거나 집총거부 문제로 치환해도 좋다. 과연 자신은 몇번을 택할 것이며, 그에 대하여 자신의 양심은 무어라 이야기하고 있을까?

댓글 2개:

  1. 민노씨 추천타고 왔습니다.



    얼마전에 구본형씨 강의 들었는데

    회사 업무상 관계 자체가 딜레마다.

    나쁜 사람이라면 일로만 만나는

    중립적 관계를 유지하라고 했는데.

    그래야겠다. 고개를 끄덕였는데

    마지막 문장 '양심'을 떠올리니 꿍 하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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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2-1이나 3이 땡기긴 한디 현실은 잘해야 4번이고 5번이 가장 높을 듯싶근영.



    꿈틀꿈틀님에 답을 듣고 싶구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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