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가입형 블로그 서비스들 대부분이 달력을 제공합니다.
그런데, 실상, 현재 국내 블로그에서 가장 쓸모없는 인터페이스가 뭔가하면, 그건 바로 달력이라 이거죠.
달력 쓰세요?
거의 안쓰실겁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달력은 블로그들마다 달려있는 걸까요? 심지어 de facto 표준이라고 할 MovableType의 기본 스킨에도 달력은 들어있죠.
허나 WordPress의 기본 테마에는 달력이 빠져있고, 또 MT의 경우에도 사용자들이 만든 커스텀 스킨은 대부분 달력이
빠져있습니다. (TT나, 국산 블로그들은 아쉽지만 이 논의에서 빼자구요. 왜 애초에 TT에 달력을 집어넣었는지 솔직히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위험하지만 굳이 추측하자면,” 남들이 넣기에 넣었다”일 것 같긴 합니다.)
도대체 왜 달력은 블로그에 들어있을까요. 그리고 왜 달력은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하는걸까요?
그냥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 혹은 디자인 때문에?
이를 위해서는 블로그의 여러 개념에 대한 이해가 필요합니다.
최초에 블로그(blog)라는 단어는 peterme.com에서 Peter Merholz가 “weblog”란 단어를 “we
blog”라는 식으로 말장난처럼 사용하면서 퍼지게 되었습니다. “weblog”란 단어는 John Barger가 Web +
Log라는 개념으로 처음 사용했구요.
우리나라에서 zeroboard가 폭발적인 인기를 끌며 너도나도 자작 홈페이지 열풍을 일으키고 있을 때, 의외로 다른 나라에서는
홈페이지 만들기가 그리 쉬운 일은 아니었습니다. 제로보드에 비견할 쓸만하면서도 쉬운 CMS가 드믈었고, 인터넷 인프라도 우리
만큼 좋지는 않았지요.
사람들은 간단한 저널, 일기장, 메모장 형태의 프로그램을 이용해서 원시적인 “웹일지”를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이것이 블로그의 시초입니다.
외부로의 링크와 짧은 자기 이야기, 이것이 초기 블로깅의 모습이었지요.
잠깐 주의를 돌려서,
여러분들은 하루에 블로그 글을 몇개나 쓰시나요?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요. 장문의 Article을 쓰는 사람들은 하루에 한개 쓰기도 버겁습니다.
허나 웹서핑중 발견한 링크와 그에 대한 짤막한 자기커멘트정도만 쓴다면 하루에 여러개라도 쓸 수 있지요.
블로그계에서는 필자가 쓰는 글의 단위를 “포스트(post)”라고 합니다. 또는 “엔트리(entry)”라고도 하지요.
응? 왜 document라든가, page라든가, article이 아니지? 라고 의심해보신 분 계세요?
그것은 블로그에서는 “쓰는 단위”와 “보는 단위”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아까 필자가 글을 쓰는 단위를 “포스트”라고 했는데, 보는 단위는 “아카이브(archive)”라고 합니다.
한개의 포스트가 한개의 아카이브를 이루는 경우도 있지만, 여러개의 포스트가 하나의 아카이브를 이루는 경우도 있지요.
옛날, 링크와 짧은 커멘트가 블로그포스트의 대세였던 때에는, “하루단위”로 글을 보는게 편했습니다.
아침먹고 웹서핑하다가 괜찮은 사이트 발견, 블로그에 적어놓고, 점심먹고 갑자기 뭔가 생각나서 짧게 끄적대고, 저녁먹고 자기전에 하루일을 생각하다 또 뭔가 소소한 쓸거리 발견.
지금의 국내 블로그 시스템하에서는 위와 같은 경우는 3개의 페이지가 나오겠지요. 사실 3개씩이나 페이지를 만들만큼 대단한 내용도 아닌데 말이죠.
일기를 생각하시면 이해하시기 쉬울거에요. 오늘 사건 사고가 3건이 있다해서 하루 일기가 3개의 페이지가 될 필요는 없단 말이죠.
그럼 한개의 포스트만 만들어놓고 나중에 수정으로 계속 추가하는 건 어떨까요? 분명 그렇게 쓰시는 분들도 있습니다.
헌데 이럴 경우에는, 일일이 각 아이템마다 시간을 따로 적어줘야 한단 말이죠. 왜냐하면 한개의 포스트는 하나의 시간만 가질테니까요. 그 안에 여러건의 내용이 있는데 시간분류가 안되면 쫌 그렇잖아요?
그래서 초기의 블로그 시스템에는, 글은 아무 때나 쓰되, 볼 때는 일종의 “모아보기”를 하도록 한 경우들이 환영받았습니다. 일기장이나 저널용 프로그램들이 기본이어서이기도 했구요. 이것이 포스트와 아카이브의 차이를 만들었지요.
최근에는 대세가, 한 번에 길게 쓰는 경우가 대세. 입니다. 이런 건 모아보면 오히려 혼란스럽죠. 한 개의 포스트가 한 개의 페이지. 이런 경우를 Individual Entry Archive라고 합니다. (MT의 용어를 차용했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짤막짤막한 기록들을 남기는 블로깅 스타일도 많습니다. 이런 경우는 한 개의 포스트마다 한 개의 페이지를 만들면 관리하기도(예전에는 심지어 손으로 HTML을 짜서 블로깅하는 경우도 있었거든요.), 보기도 불편합니다. 일기처럼 사용하는 이들에게는 포스트가 몇 개가 되었건, 하루의 일은 한 개의 페이지에서 보고 싶습니다. 이런 경우를 Daily Archive라고 합니다.
물론 월별로 모아보는 Monthly Archive도 있습니다. 아마도 이런 형태가 필요한 경우는 “이 달의 XXX 소식”같은 형식의 블로깅을 하는 경우겠지요.
특이한 경우지만 Category Archive도 있습니다. 카테고리별로 모아보는 것이지요. 블로그를 자료나 지식관리용으로 쓰는
이들에게 필요합니다. 글이 쓰여진 시점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글의 종류에 따라 하나의 페이지로 묶어보는 쪽이 좋겠지요. 예를
들자면 “맛집 리스트”같은 형태가 되겠습니다.
더 특이한 케이스로는 Yearly Archive라든가, PerNum Archive라든가, Author Archive같은 것도
존재하겠지요. 또는 Alphabet Order Archive같은 형태도 있을 수 있을테구요. Search Result도 일종의
Archive라고 볼 수도 있지요.
물론 Individual Entry Archive나 Daily Archive에 비하면 다른 Archive들은 활용도가 많이 떨어집니다. 일단 Archive 단위가 너무 커지면, 한개의 페이지에 담아야 하는 양이 많아져서 비효율적이거든요. 그래서 대개의 Archive 페이지들은 “목록” 수준으로 운영되는게 일반적입니다. (꼭 그래야 되는 건 아닙니다. 아니고 말고요… ^^;)
이러면서 블로그가 발전해가다보니 한가지 문제가 있습니다. 보는 방법은 아카이브 단위에 따라 다양할 수 있으므로, 한개의
포스트가 여러가지 아카이브에 동시에 속할 수 있다는 거지요. 그러다보니 도대체 이 포스트의 진짜 주소는 뭐냐 하는 문제가
생깁니다. “‘영화 카테고리’의 6번째 글”인지, “‘2006년 9월’의 11번째 글”인지, “‘홍길동’이 쓴 백만스물한번째
글”인지 혼란스럽다는 거지요.
제목으로 구분하면 되지 않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Individual Entry Archive가 아닌 형태가 기본이라면, 굳이
제목을 따로 쓸 필요가 없거든요. Daily Archive라면 “2006년 10월 1일”, Category Archive라면
“Game News”라는 식으로 해당 아카이브 페이지의 타이틀이 이미 존재하니까요. (그래서 외국산 블로깅 도구들에는 “제목”이
필수가 아닌 경우들도 많습니다. 심지어 RSS포맷에도 제목은 필수가 아니에요. :))
이래서 많은 이들이 고개를 갸웃하게 하는 Permalink라는 개념이 나왔습니다. 즉, 어떤 형태의 Archive가 되든 간에, 개개의 포스트에는 고유한 URL을 주자는 개념입니다. Archive page의 URL은 다를 수 있지만, 개별 post의 URL은 고유하게 유지하자는 개념이죠. 그래야 설령 Archive가 바뀌어도 고유한 주소로 post를 찾아갈 수 있도록 말이지요.
여기서 우리는 국내 블로그에서 의도적으로(?) 또는 실수로(?) 빼놓은 개념을 알 수 있습니다.
즉, Archive의 부재… 라는 것이지요.
국내 블로그들은 거의 대부분이, “Individual Entry Archive”만 지원합니다. 한 개의 포스트가 한 개의 페이지를 이루는 경우만 있지요.
확실히, 대세는 그렇긴 합니다. 아마 Archive 선택의 자유를 주어도 대부분의 사용자들은 Individual Entry Archive만 사용할 겁니다.
뭐, 그건 그렇다치고, 이 때문에 국내 블로그 서비스들이 몇가지 삐걱거리는 부분이 생기게 되었는데,
바로 “달력 인터페이스”와 “Permalink”죠.
일단 Permalink라는 개념은 아카이브 페이지의 주소와 포스트 단위가 다르기 때문에 필요한 것이었는데, 한 개의 포스트가 한 개의 페이지를 이루는 국내블로그에서는 필요없는 개념입니다. (국내에서는 어째, Permalink라는 개념이 pretty link의 개념과 합쳐지면서 이상한 쪽으로 흘러가긴 합니다.)
또한, Daily Archive를 사용할 때에는 하루 단위로 모아볼 때 요긴하게 쓰였던 달력 인터페이스가
Individual Entry Archive에서는 필요없게 되었죠. 그냥 목록에서 보거나 앞,뒤로 움직이면서 보는 게 더
편하거든요.
달력을 채택하고 있는 많은 국내 블로그에서는 달력의 날짜를 누르면, 그저 해당 날짜에 쓰여진 포스트의 목록만 보이고 맙니다. 으흠. Daily Archive를 운영하지 않는다면 굳이 그렇게 볼 이유따위는 없지요.
이게, 달력이 붙어 있어도 그 사용은 저조한 이유입니다
그러다보니 스킨이나 테마 제작자들은 달력을 빼놓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 WP는 아예 기본 스킨에서 달력을 빼놨구요. 이제는 Daily Archive를 쓰는 사람은 거의 없기 때문이지요.
헌데, Daily Archive를 지원하지도 않으면서 굳이 달력을 집어넣고 있는 국내 서비스들은 왜 그랬을까요.. 미스테리가 아닐 수 없습니다.
현재의 블로그 형태의 기준이라 할 수 있는 blogger.com이나 MovableType등에서는 달력을 채택하는 대신, Daily Archive를 운용할 선택권을 줍니다. 단지 “일간 목차”의 개념이 아닌 “일별 모아보기”수준에서요. 뭐, 대개의 사용자는 신경쓰지 않으므로 Daily Archive에 목차만 보이게 하는 수준으로 운영하고 맙니다만.
국내 블로그 서비스들은 이 외관만 보고 차용해서 만들었나 봅니다. 그래서, 실제로는 아무 쓸모 없는 달력이라든가, Permalink들이 떡하니 붙어있게 되었지요.
물론, 발전적인 활용법은 있습니다.
달력 인터페이스를 방문자 용이 아닌 블로그 주인용으로 쓰게 하는 방법이지요. Public Personal Information
Managing System 같은 것을 만들어 붙인다면 달력 인터페이스는 요긴하게 쓰일 것입니다. 물론, 현재에도
Individual Entry Archive 시스템임에도 불구하고 Daily Diary처럼 사용하는 이들에게는 달력의 일간 목록
조차도 편리하긴 합니다만.(더 편리할 수 있는데, 그것이 한계인 줄 알겠죠. 아니, 그게 한계라는 것도 모르려나…)
뱀발.
국내에서 포털 블로그들의 경우에는 오히려 Permalink를 또다른 용도로 필요로 하게 되었는데요, 그 이유는 주소창의 주소와
실제 블로그 글의 주소가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AJAX, DHTML, iFrame, Frame 등으로 이루어지는 바람에 글의
주소를 알아내기가 매우 어려워졌습니다. 덕분에, 사용자들을 위해(?) URL로 사용할 Permalink(?)를 제공하고 있지요.
뭐, 그것도 Permalink의 용도라면 용도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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