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6월 10일 수요일

클라이언트가 되어보니...

그러니까, 늘 '을'로만 살다가 이 회사에서는 대부분의 포지션이 '갑'이 되어 살아보니, 예전 '을'시절에 가졌던 의문점들이 많이 풀린다.

어째서 클라이언트들은 자기들이 실제로 뭘 원하는지 잘 모르는 걸까?
심지어  IT로 먹고 사는 회사인데도 클라이언트가 되면 갑자기 바보가 된 것 처럼 행동한다. 아니 왜 그러는거지? 자기들이 뭘 필요로 하는지 알려줘야 우리가 만들어줄 것 아냐...

=> 모르니까 돈주고 시키는 거지. 알면 직접 했게?
대체로 클라이언트들이 멍청한 것도 아니고, 또 클라이언트들이 경험이 없어서도 아니다. 그러니까, 클라이언트들은 진짜로 모르는 거다.
문제점이 뭔지 정확히 이해하고, 그걸 해결하기 위해서 무엇을 해야하는지 명확히 알고 있다면 굳이 비싼 돈 들여 남에게 맡길 이유가 없다. 이런 종류의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 '컨설팅'이라는 게 필요한 것.

컨설팅의 영역이 아닌 외부발주는, 말 그대로 모르기 때문에 맡기는 거다. 한편으로는 모르고 싶기 때문에 맡기는 것이고.
클라이언트 입장에서는 비즈니스 목적을 달성하는 것이 중요할 뿐이지, 그것을 위해 어떤 프로그램이, 어떤 시스템이 필요한지 같은 것은 부차적인 문제이다. 만약 '돈'을 '돈'으로 살 수 만 있다면 프로그램따위는 건너뛰고 그냥 '돈'을 구매할테다.
직접 하겠다면 모르겠지만, 기왕 돈들여 맡기는 거라면 이제 또 굳이 머리쓰고 싶은 생각도 없어진다. 어차피 돈은 우리가 내는 거니까, 우리 돈을 따먹고 싶다면, 우리 머리속을 읽는 독심술쯤은 '을'이 가져야 하는 기본 스킬이어야 한다는 거지. 당연히 우리 입장에서는 독심술을 익힌 '을'한테 일을 줄테고, 뭐 그렇게 굴러가기 마련. 물론 '을' 입장에서는 '자기가 뭘 원하는지도 모르는 갑'이라는 게 두통의 원인이겠지만, 갑 입장에서는 그 '두통'을 피하기 위해 돈을 쓰는 거니까.

음. 역시 갑이 되는 것이 킹왕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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