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1월 12일 금요일

시맨틱웹과 웹표준

SWEETIER님의 말씀도 있고 해서 겸사겸사 예전에 쓰다가 쳐박아두었던 글을 다시 꺼내 먼지를 털어봅니다.


저같은 경우, 웹표준에 대해 이야기하는 이유는, "필요에 의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러니까, 솔직하게 까놓고 말하자면 "장애인 등의 사회적 약자를 위해..." 라든가, "평등한 정보의 이용...", "비용 절감..." 같은 거창한 이유는 아니라는 거지요. 물론, 강연이나 교육을 나가면 저런 이유를 전면에 내세우긴 합니다만.


사실, 그래요. 남한테 종용할 이유가 없는 거에요. 웹표준의 여러 이점들, 그거 남들은 모르고 아는 사람들만 아는 채로 지나가도 상관없는 거에요. 오히려 남들이 모르고 우리만 알면 더 좋지요.
남들 밤새 야근하고 삽질하면서도 불편한 줄 조차 모를 때, 우리는 시간과 비용 절감하고 더 편하게 작업하면 우리 몸값도 올라가고 더 좋은 일이지요. 뭐라고 남한테 욕들어가며 그거 전도하고 다니고 싶겠어요. 천국은 우리만 가면 되는건데요. ^^;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른 이들에게 표준을 준수하라고 떠들고 다니는 이유는...


남들이 만든 사이트가 엉망이라서 정작 내가 써야할 때 불편하기 때문입니다.


간단한(?) 예를 들어볼까요.


RSS 리더기(웹 리더기 말구요...)나 요즘의 똑똑한 브라우저들은 사이트에 접속하면 알아서 이 사이트의 RSS를 추가할거냐고 물어봅니다. 그러니까, 귀찮게 "페이지내에서 RSS딱지 찾아서 오른쪽 클릭해서 주소복사해서 내 RSS 리더기에 새 RSS 추가선택해서 복사한 거 붙여넣"을 필요가 없는거지요.
이게 가능한 이유는 HTML문서의 head안에 들어있는 link 정보에 RSS주소가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지요.
RSS딱지를 어디에 어떻게 이쁘게 붙일까를 고민하는 것 보다, head에 link 한 줄 추가해주는 게 사용자에게는 더 편리함을 주는 거에요.


트랙백의 경우도 마찬가지지요. Trackback RDF가 포함된 문서는 굳이 trackback 주소를 찾아서 복사해 붙이는 번거로운 짓 대신, 문서의 URL만 적어주면 자동으로 Trackback 주소를 찾아 줄 수 있어요. 국내 블로그에는 대부분 안되는 거지만 말이지요.


FF를 쓰고, WP나 MT로 블로깅을 하다보니 당장 위 두가지 기능이 안되는 국내 블로고스피어를 돌아다니는게 여간 불편한 게 아니지요.

위의 두가지 예 모두 시맨틱웹을 위한 온톨로지가 적용된 케이스라고 할 수 있어요.


시맨틱웹이 별게 아니에요. 사용자에게 좀 더 편리한 컴퓨팅을 하게 해주려는게 시맨틱웹의 궁극적 목적이잖아요. 무슨 미사여구를 붙이던 간에, 결국 목적은, 나 손하나 까딱 안하고 편하게 살고 싶다는 거지요.


다음같은 시나리오를 생각해보세요.


오랜만에 친구의 블로그에 방문했더니, 이 친구가 결혼한다고 청첩장을 올렸더라구요. 꼭 가야지 생각하면서 여러분은 어떻게 하시나요?


옛날같으면, 일단 이 페이지를 프린터로 출력하든가...
(그런데 꼭 출력한 인쇄물을 어디다 쳐박았는지 까먹곤 하지요.)


책상을 뒤적여서 포스트잇과 펜을 찾아 열심히 적어서 모니터에 붙여놓죠.
(여기 붙어 있던 포스트잇 누가 치웠어??)


조금 꼼꼼한 사람이라면 프랭클린 플래너를 열어 해당 날짜에 자세한 사항을 기록해두기도 하구요.
(그런데 움베르토 에코의 말처럼 해당하는 날짜에 다이어리를 펼쳐서 약속을 확인해봐야 한다는 걸 까먹으면 어떡하지요?)


나름 컴퓨터와 친하다는 사람은 아웃룩을 열고 일정에 자세한 내용을 타이핑하지요.
(oops! 오타! 18일을 28일로 잘못 쳤네!!)


만약 친구가 시맨틱웹을 지향하는 마이크로포맷 사용자라면, 자신의 결혼 청첩장을 hCalendar 형식으로 만들어 올렸을 겁니다. 자신의 결혼 후 바뀌는 주소는 hCard 형식으로 올렸을 테구요.
그럼 내가 할 일은 브라우저의 버튼 하나를 누르는 것 뿐. 그러면 자동으로 내 일정관리 프로그램에 결혼일정이 추가되고, 내 주소록에 친구의 주소가 신혼집 주소로 변경되지요.

별로 먼 훗날의 상상도 아닙니다. 당장 Windows Vista에 포함되는 기능이고, FireFox같은 브라우저의 확장플러그인으로 이미 있는 기능이지요.


그러니까, 저는 이렇게 게으르게 살고 싶은 거에요. 헌데 게으르게 살기에는 환경이 너무 안받쳐주니까 몸이 다는 거지요. 시맨틱웹은 감히 바라지도 못한 채 그 최소조건인 웹표준부터 이야기하고 있는 이유입니다. 말하자면, 내 한 몸 편하자고, 다른 이들에게 표준을 지키라고 떠드는 것인 셈이지요. ^_^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