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발론 연대기 - 전8권 세트 - 장 마르칼 지음, 김정란 옮김/북스피어 |
유럽문화의 원형이라면 우리는 늘 조건반사처럼 그리스-로마를 떠올리게 된다. 인문주의의 시발점인 그리스-로마는 인간과 이성이라는 서양문명의 뽀대나는 근간을 이루고 있으니까.
그러나 어디 사람이 그렇게만 살던가.
그리스-로마의 광휘와 기독교의 권위에 눌려 잊혀진 문화, 그러나 그 원초적 야만성이 살아 숨쉬는 켈트의 전통은 여전히 현재에도 살아 있다. 뭐, 대부분은 그저 문화적 소비에 지나지 않긴 하지만.
사실, 이 책을 중세기사로망스라는 영문학적 접근법으로 읽기에는 곤란하다. 왜냐하면 이 책은, 말로리나 기타 후반기에 유행한, 따라서 우리이게 더 친숙한 중세 기사도 문학전통과는 선을 긋는 책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이 책은 아더왕설화군속에 들어있는 켈틱 전통에 대한 재발견에 가깝다. 따라서 궁정식 연애라든가, 기사도 정신 같은 것은 별로 없다. 작가 자신이 그러한 에피소드만 모아서 재조합했으니까.
거기에 역자인 김정란씨의 역주가 너무 프로이드적 해석에 치우친 감이 있는 바, 그런 결과로 이 책은 일단은 아더왕설화의 집대성처럼 보이긴 하지만 알고보면 켈트문화에 대한 원형분석이라 하겠다.
따라서 이 책의 독법은, 가능하다면 다른 버전으로 아더왕 이야기들을 알고 있다는 전제하에, 그 이야기들에 대한 켈트적 원형에 대한 해석서로 읽는 것이 적당할 듯. 혹은 젤라즈니라든가 톨킨, 러브크래프트 같은 켈틱 문화를 기본 정서로 깔고 있는 작가들의 작품을 읽을 때, 어떤 부분이 켈틱 원형에서 나온 것인지 비교하며 읽는 데 적당하겠다. (그렇다고는 쳐도, 해리포터 이마의 번개마크를 켈틱신화에서 근거를 찾는 역자는 좀 오버 아닌가 싶기는 하다.)
갖다 붙이기는 얼마든지 가능하죠.
답글삭제@의리 - 2009/05/28 15:16
답글삭제역주가 좀 오버인것 빼고는 소장할만한 책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