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L English - 김현 지음/파워북 |
솔직히 까놓고 말해, 누가 공짜로 무언가 주고서는 블로그에 글 한마디 써달라고 한다면 안좋게 써줄만큼 뻔뻔한 사람이 어디 있으랴. 게다가 때마침 영어 열공중이었던 차에 영어책을 받는 기막힌 타이밍!
그래서, 김현님으로부터 이 책을 받았을 때, 굳이 홍보해달라는 소리따위는 한마디도 없었건만 이미 흔쾌히 후하게 리뷰를 써주리라 맘먹고 있던 차였다.
아뿔싸, 그런데 좀 거시기하다. 리뷰는 얼마든지 후하게 써줄 수 있겠는데, 막상 리뷰를 후하게 쓴 들, 이 책의 매상에는 별 도움은 안될 것 같아서. 아니, 좀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어찌어찌 책은 많이 팔리어도, 정작 책의 내용이 사람들에게 잘 활용될까 의문이 될까 하는 기우.
그도 그럴 것이, 이 책의 일차 타게팅이 너무 한정적이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말해 "똑똑하면서 게으른 사람을 위한 영어 공부법"이 이 책의 전부인데,
1) 똑똑하면서
우리나라에서는 똑똑하다는 소리를 들으려면 영어는 기본적으로 좀 해야 한다. 토익이면 토익, 회화면 회화. 애초에 동어반복이나 다름없는 정의. 이건 마치, '화가를 위한 색채학'이라든가, '스프린터를 위한 단거리출발법'같은 이야기가 아닌가. 물론 색채학을 모르는 화가가 있을 수 있고, 스타트가 서투른 스프린터가 있을 수 있는 것처럼, 똑똑하면서도 영어를 못하는 사람이 있기는 있겠다.
2) 게으른
게으르다함이 늦잠꾸러기라는 뜻은 아니고, 여기에서 게으름이란, 똑똑하면서 게으른 - 즉 요령좋은 사람을 가리키는데. 어찌어찌 영어를 안하고 있던 똑똑한 사람이 요령까지 좋다면, 어차피 언젠가는 영어와 마주칠 일이 생기기 마련이다. 유학을 간다든가, 해외지사파견을 간다든가, 아니면 그저 여행일 수도 있고, 혹은 국내에서라도 영어문서를 접해야 한다든가... 대개 요령좋은 사람들은 학교에서든 회사에서든 요령좋게 지내다보니 늦건 빠르건 그런 기회와 맞닥뜨리게 된다. 또 대개 요령좋은 사람들은 그런 기회를 만나면 또 요령껏 스스로 그런 기회에 대응할 방법을 찾아내기 마련이다.
3) 결국 타겟은...
똑똑하면서 게으른 사람 중에 아직 영어를 작심하고 잡아보지 못한 사람 정도가 이 책으로 효과를 볼 수 있는 직접적인 타겟이 되는 셈이니 이 얼마나 좁은 타게팅이란 말인가.
아니, 그럼, 똑똑하면서 부지런하거나, 멍청하면서 부지런하거나, 멍청하면서 게으른 사람은 이 책의 혜택을 볼 수 없다는 말인가...
문득 학교다닐 때가 생각이 난다.
학교다닐 때 보면, 진짜 1등 하는 놈은, 2,3등 하는 놈보다 별로 공부를 열심히 하는 것 같이 보이지 않는다. 그럼에도 시험보면 언제나 1등. 비결을 물어보면 하나 같이 "국영수 중심으로 예습 복습 철저"... 는 아니고, 대개 "교과서만 착실히 보면 돼. 교과서를 펼쳐보면 뭐가 시험에 나올지 대충 보이거든." 이란다.
농담이 아니라, 진짜로 이들에게는 그게 시험공부 잘하는 비결. 그런데 이 비결을 알려준다 해서 다른 아이들이 그만큼 공부를 잘할 수 있게 되겠는가... 하면 그건 또 다른 이야기.
이 책을 보면 '영어'를 잘 할 수 있는 비결이 있긴 있는데, 사실상 머리가 굳어버린 나이에 이 책의 '비결'대로 해서 '영어'를 잘 할 수 있는 사람은 '똑게' 정도뿐. 나머지 사람들은 따라하기가 두려운(과연, 이런 정도만으로 영어를 잘 할 수 있단 말인가...) 상승무공인 셈. 그러니까, '남근거세혹독연마' 규화보전급이랄까.
그렇다면, 이 책은 그냥 그렇게 묻혀질만한 책인가 하면...
바로 이 부분에 맹점이 있으니,
사실 이 책은 '영어'를 공부하는 법에 대한 책이라기 보단, 영어를 '공부하는 법'에 대한 책이라야 옳을 것이다. 그러니, 실제로 이 책으로 '영어'에 대한 즉효를 보는 것은 세상에 얼마 안되는 '똑게'들에게나 맡겨 두되, 다른 이들은 바로 그 '똑게'가 되는 법을 이 책을 통해 배워가시라. 어차피 영어 따위야 수단에 불과한 것이고, 그렇게 '은하계에서 가장 두꺼운 Vocabulary'를 끼고 있는 '멍부'라면 영어 한 단어, 토익 한 문제 더 푸는 것보다 '똑게'가 되는 게 훨씬 더 책값하는 일일테니.
이 책을 일독하는 데 고작 40분 걸렸다. 260여 페이지의 '영어공부책'을 40분만에 떼다니 워낙 내가 속독을 한다지만 너무 한게 아닌가 싶긴 한데. 그만큼 책의 글 자체가 재미있어서 술술 익히기도 하거니와, 고백하건데 사실 세 문단 이상의 영어지문은 안 읽고 건너뛰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아니, 영어공부책이라면서 영어지문은 왜 안읽고 건너뛰었냐고 한다면, 글쎄. 아마도 이 책의 저자도 이 책의 독법으로 영어지문에 나오는 단어 하나하나에 매달리기 보다는 나의 독서법을 칭찬하리라 감히 자신해본다. 어찌 자신하냐고? 왜냐하면 그게 똑게들의 공부비결이거든.
물론, 당연한 이야기이겠지만 영어'도' 공부하실 분이라면 시간날 때 건너 뛴 지문들을 차근히 읽어보는 것은 무방한 일이다.
관련 글 썼습니다... http://blog.lawfully.kr/2008/11/26/otl-english-4
답글삭제혹시 e**** 님 맞으신지 모르겠네요? ㅎ
ㅎ 맞습니다. 뭘 새삼스럽게 별표처리씩이나..
답글삭제뻔뻔한 분들 꽤 됩니다.
답글삭제trackback from: 공부법-으로 이어질 블로그링
답글삭제공부법-에 관한블로그를 요약한 것입니다.